미국과 유럽의 재정 위기에 대해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베이비붐 세대들의 방종이 초래한 결과로 '세대 충돌'이 오게 됐다고 지적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들은 부모 세대들이 일궈 놓은 풍요로움과 자유를 물려받아 이를 만끽했으나 자식 세대들에게는 거대한 채무 부담과 억제된 생활을 남기게 됐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책을 통해 신자유주의의 확대와 세계화 현상을 명쾌하게 진단한 프리드먼의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굳이 프리드먼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되는 세대 충돌의 양상은 충분히 감지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 재정난 타개를 위해 정년 연장과 연금 축소 등 개혁 조치를 취하자 시위가 빈발하고 있으며 영국, 독일, 미국 등에서 대학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는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국가 재정 위기에 놓인 그리스와 스페인 등에서는 더욱 거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 혼란 속에서 세대 간 갈등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기성세대인 베이비붐 세대들이 주로 삶의 혜택이 줄어드는 데 반대하고 있는 반면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해 저임금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은 선배 세대가 남긴 과도한 부채 계산서를 처리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대 충돌의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보릿고개를 겪으며 경제 발전을 이룬 1970년대의 산업화 세대는 80년대와 90년대에 호황의 혜택을 누린 세대에게 성장의 과실을 건넸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외환위기의 파고가 닥치고 경제 양극화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비싼 대학 등록금과 취업난,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고령층이 많아지면서 부양 부담까지 커진 젊은 세대들은 어두운 미래를 예감하면서 반값 등록금 시위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세대 충돌의 밑바닥에는 '정의'를 향한 욕구와 '분노'의 감정이 도사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나타난 부자들의 탐욕은 세상이 정의롭지 못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했고 이러한 현실에 분노해야 한다는 의식을 불러일으켰다. 공정 사회를 외치면서도 장관 인사 때마다 터져 나오는 탈'불법, 대기업들의 불공정 행위 등도 분노의 대상이다. 세대 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이러한 모순적 현실을 개선하는 수밖에 없다.
김지석 논설위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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