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5일 경북대병원 한 수술실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21세 남성 환자의 무릎에 발생한 방골성골육종(골수암의 일종)에 대한 초정밀 암절제 수술이 진행되고 있었다. 종전 수술법대로라면 이 환자는 수술 후에도 정상적으로 걷기가 불가능한 영구장애를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수술은 암 부위만 최대한 정밀하게 떼어내는 첫 도전이었다.
만약 종전 방법으로 수술한다면 환자의 대퇴골 3분의 1 정도를 제거하고, 인공관절을 삽입해야 한다. 꿇어앉기도 못하고, 정상보행마저 불가능한 상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암은 특성상 주위 정상조직의 일부를 포함해 광범위하게 절제해야 한다. 특히 근골격계 암의 경우 주위의 정상 뼈, 근육, 인대 등도 함께 제거한다. 수술 후 기능장애는 불가피했다.
근골격계 종양 클리닉의 정형외과 박일형, 조환성 교수팀은 암 부위만 초정밀로 잘라내는 방법을 찾았다. 주변 정상조직을 최소한 손상시키고 암을 완전히 제거하려면 수술 부위에 대한 신체 구조의 맞춤형 초정밀 재현이 필요했다. 박일형, 조환성 교수팀은 지역에서 처음으로 수술용 내비게이션 장치와 자체 개발한 CT, MRI 영상융합기법을 이용, 수술을 성공시켰다. 수술 후 평생 걸을 수 없을 줄 알았던 환자는 현재 자신의 대퇴뼈를 그대로 보존한 상태에서 정상 보행이 가능하게 됐다.
IT융복합기술의 총아로도 일컬어지는 '수술용 내비게이션' 장치와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CT, MRI 등의 영상 이미지를 복합 중첩시키는 기술을 이용하면 암 발생 부위를 컴퓨터에 완벽하게 3차원적 재현이 가능해진다. 실제 수술에선 컴퓨터상에서 미리 연습한 절제선을 따라 수술용 내비게이션이 지시하는 대로 암을 절제한다. 오차가 1~2㎜에 그친다.
박일형 교수는 1997년 2월 국내 최초로 생체 골관절 이식 수술에 성공했고, 조환성 교수는 국내 최초로 수술용 내비게이션장치에 CT와 MRI 영상을 복합 중첩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런 첨단 수술법이 개발됐지만 문제점도 남아있다.
내비게이션 장치가 6억~7억원에 이르는 고가인데다 수술 전 CT 및 MRI 영상을 복합중첩시켜 3차원으로 재현하는데 시간과 기술이 필요하다.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않아 병원 투자도 쉽지 않고 환자도 수십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경북대병원 측은 "그럼에도 불구, 암 부위만을 초정밀 절제하기 때문에 수술 후 장애 등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고, 암을 불완전하게 잘라낼 가능성도 매우 낮은 장점을 지녔다"며 "앞으로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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