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가 아프면(1)…복통, 내과 간다? 장기 몰려있어 원인 수십가지

원인이 너무나 다양해 간단하게 진단할 수 없는 복통. 하지만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면 위험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원인이 너무나 다양해 간단하게 진단할 수 없는 복통. 하지만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면 위험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어린 시절 배가 아플 때 어머니가 '내 손이 약손'이라며 배를 쓰다듬어 주던 기억은 누구나 갖고 있다. 신기하게도 배를 쓰다듬고 나면 아프던 배가 씻은 듯이 좋아지기도 했다. 이는 복통이 대부분 일과성이고 가벼운 질환인 경우가 많은 덕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복통은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면 위험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복통의 원인은 너무도 다양

복통의 원인은 너무나 다양해서 간단하게 진단할 수 없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아파 죽겠는데 의사가 그거 하나 금방 못 맞히나?"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의사로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다. '언제부터 아팠는지, 아픈 양상이 계속 아픈지, 아팠다가 안 아팠다가 하는지, 쥐어짜듯이 아픈지, 욱신거리게 아픈지,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인지, 넓은 배 부위 중에 위'아래'왼쪽'오른쪽 어느 방향인지, 설사나 변비를 하는지, 구토를 하는지, 구역질만 나는지, 열은 나는지, 소변 색깔은 괜찮은지, 여성이라면 냉은 많지 않은지, 생리는 규칙적인지 등등.' 배 안에는 여러 장기들이 있어서 아프다고 무조건 내과로 가야 할지 아니면 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에 가에 할지 애매한 경우가 굉장히 많다. 도대체 배가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 복통은 가슴부터 서혜부(사타구니)까지 부위에서 일어나는 통증이다. 그 중간에는 많은 내부 기관들이 있다. 소화기와 관련된 장기로는 식도하부, 위십이지장, 소장과 대장, 간, 쓸개, 췌장 등이 있고 충수돌기는 오른쪽 아랫배에 자리 잡고 있다. 양쪽에 콩팥이 있고 방광, 비장이 있으며 여성들에게는 자궁 및 난소도 있다. 이들 장기가 복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척추에 문제가 있거나 피부에 대상포진이 생기려고 할 때도 배가 아플 수 있고, 급성 심근경색증일 때도 복통이 있을 수 있다.

◆맹장염 초기에는 체한 느낌

가끔 동네 의원에서 맹장염 진단 시기를 놓쳐 복막염이 됐다는 소리를 가끔씩 들을 수 있다. 과연 의사가 실력이 없어서 놓쳤을까? 그렇지 않다. 흔히 맹장염은 오른쪽 아랫배가 너무 아파서 데굴데굴 구르다가 응급차에 실려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드라마 등에서 이런 식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구병원 내과 정상원 진료부장은 "맹장염 초기에는 체했다는 느낌이 먼저 들기 때문에 민간요법으로 손가락을 따는 경우가 많고, 처음에는 배꼽 주변 및 상복부가 많이 아프다가 점차 진행하면서 비로소 오른쪽 아랫배가 더 심하게 아픈 것처럼 느껴진다"며 "따라서 맹장염 초기에는 병원에서도 장염, 위염으로 치료받다가 더 진행되거나 복막염이 돼서야 부랴부랴 응급수술을 들어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자연경과뿐만 아니라 맹장 끝부분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따라 증상도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은 옆구리, 간 아래 부분이 아플 수도 있고, 심지어 왼쪽 아랫배가 아플 수도 있다. 맹장염은 간단해 보이지만 의사로선 여간 골치 아픈 병이 아니다. 따라서 의심되는 환자들은 초기에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빠른 진단을 내리는 것이 환자나 의사를 돕는 길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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