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우리 지역에 오면 지역경제 발전에 무조건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지역발전 연구단체인 (재)지역재단 박진도(59) 상임이사는 지자체의 무분별한 대기업 유치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전국 지자체가 대기업 유치에 목매는 상황에서 "지역 경제의 발전을 대기업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충남의 현실을 보여줬다.
현재 충남발전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역 전문가'다. 박 원장은 "충남 지역에 삼성전자와 현대제철 등 5개 대기업이 자리잡고 있지만 이들이 우리나라 수출 실적에 기여할 뿐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기업과 국책사업 유치에만 매달리는 대구경북으로서 귀담아들어야 할 이야기다.
14일 오후 충남 공주 충남발전연구원에서 만난 박 원장은 "지자체는 대기업 '유치'라는 표현을 쓰지만 대기업 입장에서 보면 입지 조건에 맞춰 지역에 '진출'한 것이다"고 분석했다. 대기업은 토지와 고용 인원 조달, 교통부터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한 뒤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지 조건을 제시한 지역을 선택한다는 것. 그는 또 "지자체들은 기업을 자기 지역으로 끌어당기기 위해 유리한 조건만 제시하다가 결국 껍데기만 남는다"고 했다.
박 원장은 '수출 중심 대기업'이 지역 경제의 규모만 키울뿐 지역의 실질적인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역재단과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지역 기업 현황과 지역 기여도'에 따르면 지역 밀착형 기업의 경우 전체 종업원 80% 이상이 지역 주민이며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지역 소재 대기업의 경우 지역 주민 고용률이 25%에 불과했다. 대기업이 지역의 '고용 없는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말이다.
최근 대형 유통업계가 진출한 대구도 마찬가지다. 지역 주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갈 뿐 지역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박 원장은 "대기업이 지역에 오면 외형적으로 경제 규모가 커 보일지는 몰라도 대형 자본이 들어와서 지역 경제에 뿌리를 둔 각종 사업이 몰락하게 된다"며 "대기업을 유치하기 전 '이 기업이 우리 지역에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원장은 또 "대기업 유치와 마찬가지 관점에서 중앙부처에서 추진하는 대형 국책 사업으로 지역경제를 되살리려는 방법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지역의 현실을 '내발적 발전'으로 풀어야 된다고 제안했다. 그가 말하는 내발적 발전은 지역 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개발을 추진하고 개발 성과가 지역 안에서 순환되는 것을 말한다. 전북 순창이 고추장 산업을 특화시킨 것처럼 대구와 같은 대도시도 지역의 특성에 맞는 발전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이 시장에 나와도 대부분 대기업 브랜드를 단 상품에게 밀리기 마련입니다. 대구는 '소비 도시'라는 별명까지 가지고 있을 만큼 소비자의 힘이 센 도시로 알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중심이 된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지역에서 생산된 질 좋은 상품을 우선 구매하는 방식의 협동조합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지역 경제에 발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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