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의 연인이 되자] "대구경북, 정치지형 변화 급하다"

대구경북 사랑 프로젝트, 보수에 다양성을 입히자

대구경북의
대구경북의 '보수성'은 정치적 편향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과연 내년 4월 치러질 19대 총선에서는 대구경북의 정치 지형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인가를 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선거유세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유권자들 모습. 매일신문 자료사진

매일신문사가 지난 7월 7일 창간기념일을 맞아 대구의 여론 주도층 184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응답자들은 대구의 보수성과 배타성을 개혁해야 할 첫 과제로 꼽았다. '대구가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 꼭 고치거나 개혁해야 할 분야나 새롭게 개척해야 하는 것으로 어떤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49명(26.6%)이 '보수성과 외부인에 대한 배타성'을 꼽은 것. 교육(3명), 여성(4명), 법조(3명), 경제(6명), 종교(2명), 청년(7명), 문화예술체육(8명), 학계(3명)는 보수성과 배타성을 대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인맥, 학연, 지연 등에 연연하는 폐쇄성과 배타성이 바뀌어야 글로벌 도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경상도가 보수적인 고장이라는 일종의 고정관념은 굳어진 지 이미 오래다. 과연 우리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보수성이란 무엇일까? 이를 긍정적 측면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는 걸까?

◆보수성이란?

대구경북 사랑 프로젝트 '지역의 연인이 되자' 공식 카페인 'I love DAEGU'(http://cafe.naver.com/ilovedaegu2011)를 통해 시민들에게 '보수성'에 대해 물었다. 'High enough'라는 닉네임의 한 네티즌은 "보수 진보는 개인의 문제이지 전체적인 것은 아니며, 대구가 보수적이라는 이미지가 생기게 된 것은 정치권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계속적으로 집권 여당만을 배출하고 지지해 오는 과정에서 안전성만을 추구하는 보수의 이미지가 강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트만'이라는 필명의 한 네티즌은 "보수란 지킬 만한 가치 있는 철학과 삶의 양식을 유지하려는 집단적 의지의 사회적 합의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이것이 긍정적으로 표출됐던 게 국채보상운동 등이었다"며 "하지만 최근의 '보수'에 대한 논쟁은 경제적 패배에서 기인한 측면이 큰데, 군사독재시절 누렸던 연고주의의 특권의식에 대한 집단적 향수로 드러나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외지인들의 시선도 비슷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6년째 살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대구의 보수성은 지역색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며 "1970, 80년대 경제발전의 주축이었던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가끔 느끼곤 한다"고 했다.

'대구는 보수적'이라는 표현에는 단순 정치적인 성향과 함께 다른 뜻도 담겨 있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 상임대표는 "보수란 분명히 좋고 나쁨의 개념이 아니지만 대구가 보수적이다는 말에는 폐쇄적이며 배타적인 시민의식을 표현하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풀이했다. 다양성이 부족한 도시의 정치적인 모습도 보수적인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광현 사무처장 역시 "대구의 보수성은 무엇보다 타지역 출신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있다"고 했다. 대구에 사는 사람들의 의식에는 대구에 살고 있더라도 대구 출신이 아니면 '대구인'이 아니라고 여기는 의식이 강하다는 것. 그는 "대구 시민은 대구를 떠난 지역 출신 인물에 기대고 있지만 정작 이들은 중앙의 사람으로 변한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보수에 다양성을 입혀라

대구의 보수성이 폐쇄적, 배타적이라는 단점이 있는 반면 장점과 변화의 가능성도 갖추고 있다.

경북대 김지호 교수(심리학과)는 "대구의 보수성은 최근 정치적인 모습에서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며 "하지만 보수가 꼭 나쁜 것이 아닌 만큼 나름의 장점을 대구에 입힌다면 새롭게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변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일부에서는 본래 대구경북은 보수성보다 역동성이 큰 지역이었다며 충분히 장점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2'28 민주화운동의 시발점은 대구였다. 한 네티즌은 "과거 민주화와 개혁에 앞장섰던 대구의 역사뿐 아니라 현재의 보수도 장점이 있다"며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대형 백화점 가운데 대구백화점이라는 지역 백화점이 꿋꿋이 살아 있는 것은 지역의 보수성이 일궈낸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보수성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다양성을 갖춘 보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학원생인 안수지(25'여) 씨는 "정치적으로 변화없이 한나라당이 장악하는 도시를 진보적으로 보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우선적으로 여당과 야당이 골고루 섞인 다양성을 갖춘 지역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는 지난 창간기념 심층면접조사에서 대구가 고쳐야 할 점 2위로 지적된 '특정정당이 지배하는 정치문화'와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184명 중 30명(16.3%)의 응답자는 "특정 정당이 독점하면 경쟁이 없어지고 정책개발의 동력도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보수적인 시민의식 개선에 지방정부와 학계, 언론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창용 지방분권운동 상임대표는 "무엇보다 한나라당과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지역 스스로 주권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지금껏 폐쇄적인 모습에서 변화해 실패를 두려워 말고 도전하는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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