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가 20대 후반으로, 40대 중'후반이 30대 초'중반으로'.
젊게 사는 것은 좋다. 자신의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것도 좋다. 첫 대면에서 상대에게 상큼함을 줄 수도 있다. 그리고 대화 도중 나이 얘기가 나왔을 때, 밝히면 상대가 깜짝 놀란다. 사실 이것은 상대적으로 동안을 가진 이들이 즐기는 측면이 강하다. 내면으로는 '난 타고난 동안인데다, 그만큼 자기 관리도 잘 하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실제 그랬다. 대한민국 미모 지상주의의 한 단면이었던 '동안에 열광하는 사회'는 그럴 만한 이유도 있었다. 지금의 시대는 자기 관리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동안인 이들을 취재해 보니, 얼굴뿐 아니라 몸매, 패션 등 자신을 가꾸는 데 있어 부지런했다. 그리고 상대에게 기분좋은 인상을 주므로 인해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과 자긍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과도하게 동안에 열광하는 현상에 부작용을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럼 노안(老顔)은 어쩌란 말이냐' '자기 나이에 맞게 놀아야지' '그렇게 가꿀 거 다 가꾸면 소는 누가 키우냐고' 등 외모나 동안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에겐 지나친 동안은 거부감의 대상이다. 이런 생각을 해보면 이 현상의 부작용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같은 30대 후반의 남성이 있다. 한 남성은 '절대 동안'이라 10살이나 어려보이고, 또 다른 '절대 노안' 남성은 10살이나 더 많게 보인다. 누가 동갑이라 하겠는가? 특히나 외모에 민감한 이 사회에서 노안이 겪는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머리숱도 적고, 상대적으로 나이가 들어 보이는 직장인 안상태(가명'41) 씨는 "내면에 가진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기며, 겉으로 드러나는 데만 너무 열광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건강지수에 큰 도움이 안 된다"며 "얼굴이나 피부로 경쟁하는 것은 소모적인 측면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동안에 열광하는 현상은 분명하다. 그리고 동안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부러움이 되고 있다. 10명 정도의 사람들에게 물어봤을 때, 비율로 따져도 7대 3 정도로 동안의 긍정적 측면이 더 컸다. 절대 동안이라고 주변의 추천을 받은 3명을 통해 동안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절대동안 3인, 이성철'정남희'백송이 씨
최근 몇 년간 TV프로그램 등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동안들이 출연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시청자들은 대한민국 대표 동안들의 실제 나이를 추측하면서 흥미를 더해가다, 막판에 실제 나이가 공개됐을 때, 놀라움을 금치 못하곤 했다.
실제 우리 지역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절대 동안들도 거의 마찬가지였다. 감히 나이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동안임을 감안하더라도 실제 나이를 맞추기가 어려웠다. 먼저 주변에서 추천받은 동안 3명 중 남자인 이성철(다비치안경 하양점 대표) 씨는 탄탄한 몸매에 탱탱한 피부, 세련된 안경까지 쓰고 있어 섣불리 나이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많아도 30대 후반 정도로 생각했는데 40세(1972년생)란다. 그는 "건강하고, 어려보이는 얼굴이 손님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준다"며 "사실 타고난 노안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게으른 노안은 스스로 노력해 젊어보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남희(보험회사 강사) 씨도 얼굴이나 몸매로는 나이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학교 캠퍼스에 있으면, 대학생들과도 헷갈릴 정도였다. 물론 자세히 보면 조금은 나이 든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감히 46세(1966년생)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유전적으로 동안인데다, 자기관리도 남다른 편이라 동안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정 씨는 여섯 자매 중 넷째인데 어머니를 비롯한 모두가 5∼15세는 어려보일 정도로 동안 DNA를 타고났다. 자신만의 동안 유지 비법도 소개했다. 그는 한 번 세안을 할 때마다 20∼30분 정도의 시간을 들인다. 잎녹차를 썰어 냄비에 넣고 끓인 뒤, 냄비 위를 하얀 천으로 덮고 증기가 올라올 때, 그 증기를 얼굴에 쐬면 얼굴 피부 속 노폐물을 제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백송이(전업주부) 씨는 이름도 예뻤다. '꽃 백 송이처럼 예쁘게 살아라'는 의미가 담긴 이름이다. 얼굴을 보니, 조금은 나이 든 것 같아 보였다. 40세 정도 되지 않았느냐고 묻자, 48세(1964년생)란다. 백 씨의 동안 비결은 혈기왕성한 취미생활과 긍정적인 마인드였다. 그는 탁구, 골프, 등산, 댄스스포츠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다 보니 1년 365일이 항상 즐겁다고 한다. '웃고 즐겁게 살기에도 바쁜데 걱정하고, 근심할 겨를이 없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동안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된다.
◆절대 동안의 별별 에피소드
절대 동안들은 나이에 민감한 이 사회에서 별별 에피소드들을 겪지 않을 수 없다. 가장 흔한 것은 가족과 함께 다닐 때, 주변에서 자녀의 어머니로 보지 않거나, 남편의 아내로 보지 않고 실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학부형이 아닌 삼촌이나 이모로 여겨져서 발생하는 해프닝들이었다. 3인들의 웃지 못할 사례들을 보자.
백 씨는 이달 또래 친구와 함께 멀리 놀러갔다. 저녁 무렵 벤치에서 쉬고 있을 때, 한 남자가 다가와 친구에게 "아! 딸과 함께 오셨군요". 그로 인한 충격파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친구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거의 쓰러진다. 백 씨는 속으로 흐뭇함을 백배 즐긴다. 백 씨는 이런 얘기도 과감하게 들려줬다. "한 번씩 연말에 혹시라도 클럽 같은 곳에 가게 됩니다. 어려 보이다 보니 친구들에 비해 경쟁력이 높은 편이고, 그 상황이 은근히 즐겁습니다."
정 씨 역시 마찬가지 사례들이 많았다. 남편이 여섯 살 많은데, 밖에 나가면 15세 이상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여, 항상 식당 같은 곳에서 의혹(불륜)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된다는 것. 그는 "사실 이런 시선들이 제 입장에서는 싫지 않지만 부담스럽고 남편에게도 미안하다"며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왠지 아들과 아들의 여자친구와 함께 다니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또 정 씨는 자매들이 모두 절대 동안이라 한 번씩 함께 외출하면 아직도 여대생들의 나들이처럼 보인다고 했다.
이 씨 역시 안 좋은 에피소드보다는 좋은 에피소드가 많았다. 딸이 초등학교 4학년인데 한 번씩 학교에 찾아가게 됐을 때, 삼촌처럼 보여 딸의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 딸 역시 삼촌처럼 젊은 아빠가 자랑스럽다. 그는 "다른 아빠들은 너무 아저씨처럼 보이는데 오빠처럼 보이는 제가 인기를 끄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하지만 어려 보여서 겪는 불편함도 적잖다. 손님들이 안경점 사장인데도 젊은 종업원으로 착각해, 반말로 '사장 오라고 해!'라고 한다든지, 젊은 여성들이 당연히 미혼인 줄 알고 관심을 보이거나 작은 선물이라도 줄 때는 아내에게 오해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기도 한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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