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마음의 책] 두근두근 내 인생/김애란 지음/창비펴냄

김애란의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읽는 내내 심장을 두근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비극을 너무 아름답게만 만든 것은 아닌가, 때때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김애란이 만들어 놓은 긍정의 세계에 빠져드는 나를 어찌할 수 없다.

"이것은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소설은 자식을 보내는 부모의 이야기가 아니라 부모를 떠나는 자식의 이야기다.

철부지 부모 한대수와 최미라는 열일곱 살에 아름을 낳았다. 열일곱 살이 된 아름의 신체 나이는 팔십 세. 조로증을 앓고 있는 아름은 각종 합병증에 시달리며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건강에 무지한 건강, 청춘에 무지한 청춘'을 부러워하면서, 하루를 1년처럼 한 달을 10년처럼 살고 있다. 아름에게는 보통의 삶을 살다가 보통의 나이에 죽는 사람들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부모보다 더 부모 같은 이 아이는 자신의 아픔보다는 부모의 슬픔을 다독인다. 그리고 부모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본다. 부모를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 수도, 부모보다 오래 살 수도 없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자식'이 되는 것이다. 아름은 늘 밝고 씩씩하게 부모에게 웃는 모습을 보여준다.

병원비 마련을 위해 TV 다큐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아름. 그 프로그램 덕분에 동갑인 한 소녀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잠시 두근두근 사랑에도 빠진다. 하지만 그 소녀는 30대 남자 시나리오 작가로 밝혀진다. 아름은 그 사기꾼조차도 이해하고 화해하려고 한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던 아름은 생을 마감하며 부모에게 선물을 남긴다. 고통과 슬픔의 세월을 보내면서 청춘을 잃어버린 부모에게 청춘을 돌려주기 위해 소설을 준비했다. 아름의 부모가 그를 잉태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아름이 쓴 소설은 하나의 단편으로 책 마지막에 실려 있다.

아름의 유일한 친구인 장 씨 할아버지는 60대다. 아름이 먹어보고 싶다던 소주를 몰래 건네는 장 씨 할아버지. 그들의 대화는 우리의 삶을 조금 다른 각도로 보게 한다.

"나이란 건 말이다, 진짜 한번 제대로 먹어봐야 느껴볼 수 있는 뭔가가 있는 거 같아. 내 나이쯤 살다 보면… 음, 세월이 내 몸에서 기름기 쪽 빼가고 겨우 한 줌, 진짜 요만큼, 깨달음이라는 걸 주는데 말이다, 그게 또 대단한 게 아니에요. 가만 봄 내가 이미 한번 들어봤거나 익히 알던 말들이고, 죄다."

누구는 "마흔 이후에는 잃는 일만 남았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환갑 이후의 삶이 풍요롭다"고 말한다. '늙는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젊었을 때 젊음을 느낀 기억도 내게는 없다. 치료제가 따로 없는 늙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아직 모르겠다. 나이 듦에는 도리가 없다. 진짜 한번 제대로 먹어보는 수밖에….

356쪽, 1만1천원.

전은희(매일신문 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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