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 고속도로, KTX 2단계 개통, 부산~거제 고속도로(거가대교)….
잇단 광역 교통망 건설이 동남권 경제 르네상스 시대를 열고 있다. 광역 교통망이 공간 혁명으로 이어지면서 동남권 유통(서비스업)'제조업 전반이 다시 살아나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산과 바다로 나뉘어 있던 동남권 도시들이 고속도로와 교량 건설을 통해 하나로 묶이면서 광역 경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
◆광역 물류 효과
21일 오전 11시 부산시 강서구 가덕해양파크(거가대교 휴게소). 건물 뒤로 펼쳐진 바다 위로 거가대교의 웅장한 모습이 보였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멀리 부산신항만이 눈에 들어왔다. 초대형 화물선에 마치 벽돌을 쌓아 올린 듯 컨테이너들이 자리 잡은 모습은 동남권 경제의 부활을 상징하는 듯했다.
해양파크 주차장은 외지 차량들로 넘쳐났다. 부산과 경남, 울산뿐 아니라 '경북', '경기', '대구' 등 타지역 차량 번호판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거가대교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경남 거제시 장목면을 잇는 총연장 8.2㎞의 다리로, 바다 위 사장교 2곳(3.5㎞)과 해저 침매터널(3.7㎞), 육상터널(1㎞) 등으로 구분해 건설했다.
거가대교는 단순한 교량이 아니다. 개통 이후 부산~거제 광역 교통망이 형성되면서 물류비용 절감, 관광객 증가 등 각종 경제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140㎞의 거리였던 부산~거제 거리는 거가대교 준공 이후 60㎞로 줄어들었고, 차량통행시간은 3시간 30분에서 40분으로 단축됐다. 이에 따라 당일 공연관람과 쇼핑이 가능해지면서 두 지역이 동일 생활권으로 묶인 것.
부산은 병원과 쇼핑'문화시설 등 분야에 걸쳐 거제'통영 등 서부경남지역민 유입 효과를 보고 있다. 거가대교 개통 영향권의 부산 강서구 공인중개사들은 "109㎡형 아파트 경우 지난해 8월보다 3천만원 이상 가격이 뛰었다"며 "부산에서 거제로 출퇴근하려는 인구가 급증한 결과로 보인다"고 전했다.
거가대교는 거제도와 부산신항을 연결하며 신항 배후 산업단지의 물류 비용 절감 효과도 불러왔다. 부산~거제간 이동시간 단축으로 연간 4천억원 이상의 통행 비용을 절감하게 된 것. 부산신항과 인접한 녹산국가산업단지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거가대교 개통으로 50% 이상 물류비 부담이 줄어들었다"며 "납품 기간이 줄어드니 당연히 주문도 늘고 품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반겼다.
거가대교는 부산과 울산을 잇는 부울고속도로와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2008년 12월 개통한 부울고속도로는 거가대교와 맞물려 울산과 거제, 부산 등 동남권 핵심 경제권을 하나로 묶고 있는 것.
이날 취재진이 찾아간 부울고속도로는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트럭들로 활기가 넘쳤다. 부울고속도로와 거가대교 사이에 위치한 녹산'신호지방산업단지 제조업체들은 "부울고속도로 개통 당시 반쪽에 그쳤던 물류 효과가 거가대교 개통과 함께 완벽해졌다"며 "잇단 광역 교통망 건설은 동남권 광역 경제 시대의 일등공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역 집객 효과
23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지하철역. 지상 신세계백화점(센텀시티점)으로 향하는 고객 발길이 줄을 잇고 있었다. 모두 4천대를 수용할 수 있는 백화점 야외 주차장 역시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국내 최초의 '백화점+온천(스파) 모델로' 국내 최대 영화관과 문화 갤러리, 아이스링크까지 갖춘 센텀시티점은 광역 교통망을 통해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부울고속도로, KTX 2단계 개통, 거가대교 등 광역 교통권 형성이 차례로 이어지면서 외지 손님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 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쇼핑객은 2009년 3월 개장 당시와 비교해 울산 48%, 거제 177%, 대구경북 79% 증가했다. 3개 지역 매출 역시 울산 190.3%, 거제 232.2%, 대구경북 222.3%씩 급증했다.
롯데백화점 광복점 역시 지난해 12월 거가대교 개통 이후 서남권 고객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거제'통영 고객뿐 아니라 창원, 진주 손님까지 찾고 있다. 백화점 측은 "준공이 끝난 부산~김해 경전철이 조만간 운행을 시작하면 김해권 고객 유입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역 교통망 효과는 호텔업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날 찾아간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 경우 여름 휴가 두 달 전부터 객실이 모두 예약이 끝났다. 지난해 KTX 2단계 개통 이후 포항, 경주 고객들이 신규 유입되면서 매출 성장세가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
위스틴조선, 노보텔, 씨클라우드호텔 등 주변 특급호텔 역시 잇단 예약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광역 교통망이 쇼핑-숙박-레저 산업의 동반 성장을 이끌어 내고 있는 것.
부산 호텔업계는 거가대교 개통 이후 거제권 패키지 상품을 개발해 서남권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고, 부산'울산'경남 3개 시도는 동남권 관광산업 전반에 걸쳐 광역 교통 혁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공동 방안 마련을 협의하고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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