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TV '인간극장-지리산 두 할머니의 약속' 편이 25~29일 오전 7시 50분 방송된다.
구름도 안개도 쉬었다가는 지리산 중턱에 네 채의 집이 도란도란 모여 사는 추동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는 56년간 서로를 벗 삼아 살아오신 이상엽(83), 최삼엽(75) 할머니 두 분이 녹차 밭을 가꾸며 살고 있다. 남편처럼 든든하게 동서를 마음으로 위해주시는 이상엽 할머니와 "형님"하며 이상엽 할머니가 가시는 곳이라면 손과 발이 되어 늘 동행하시는 만년소녀 최삼엽 할머니. 자매처럼 닮은 두 할머니는 사실은 동서지간이다. 꽃다운 열여덟, 깊은 산골인 이곳으로 시집와 강산이 5번 변하고도 남았을 5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단 한 번도 이곳을 떠난 적이 없으신 두 분이다. 마주보고 있는 두 집은 할머니들처럼 살림살이마저 닮아 있다.
여름 한철 시원하게 신을 수 있는 신발을 똑같이 사 신으시는 건 기본이고, 콩나물 천원어치를 사도 반으로 나누고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도 넉넉히 해서 두 개로 나누어 담는다.
몇 달 전 사고로 막내딸을 잃은 최삼엽 할머니는 상심이 너무나 커서 살아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동서의 마음을 말없이 지켜주고 보듬어 준 형님이 있었기에 딸을 가슴에 묻고 다시 한 번 살아갈 힘을 내어볼 수 있었다.
비오는 날이면 따끈한 부침개 부쳐 막걸리 한 잔 기울일 수 있고 천둥번개 치는 날이면 베개 들고 찾아갈 수 있는 친구이자 인생의 동반자인 두 할머니는 짧으면 짧다 할 수 있는 남은 인생길을 함께 걷기로 새끼손가락 걸며 약속해 본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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