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 오징어 회나 실컷 먹여 보내라

특임장관 이재오 씨가 독도에 가서 보초를 서겠다고 한다. 일본 국회의원들의 울릉도 방문을 물리적으로 저지하겠다는 거다. 한 국가의 장관이란 사람이 돈키호테도 아니고 참으로 어이가 없다. 덩달아 일부 좌파 단체들은 한일협정 체결 당시 군사정권이 독도를 포기했다는 낡은 역사 왜곡을 재생시키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독도 퀴즈' 세 가지만 던져 보겠다.

첫 번째 퀴즈, 영토 영유권 확보의 증거력을 쌓는 실리적 방안의 하나인 영토 지형도 측량 제작과 토지대장 등록을 최초로 지시했던 사람은? 두 번째, 신라 지증왕 이후 1천500 년 역사상 왕이나 국가원수 중 최초로 울릉도 독도에 현지 순찰 나온 사람은? 마지막, 미국이 한일회담 타결을 압박하기 위해 독도에 한일 양국이 공동 관리하는 등대를 세우라고 했을 때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간 크게 거부했던 사람은?

정답은 세 가지 모두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지도자의 인물 됨됨이는 풀기 힘든 국가적 난제(難題)가 닥쳤을 때 드러난다. 냉혹한 이성과 합리적 행동으로 인내 속에서 풀어내는 인물이 있나 하면, 투우처럼 흥분해서 설치고 튀다가 제풀에 먼저 쓰러지는 스타일이 있다. 전 세계 영토 분쟁의 막장 해답은 어느 나라든 딱 두 가지밖에 없다.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판결로 끝장내는 것과 '전쟁에 의한 점령', 두 가지다.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이기면 공짜, 져도 '밑져야 본전'이다. 반면에 '독도 전투'라면 '자신만만'이다. 한일 간의 전투함, 대함미사일, 이지스함과 공군력 규모는 아직은 플라이급과 헤비급의 대결이기 때문이다. 틈만 나면 걸고 드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다행히 국제사법재판은 양쪽이 다 소송에 응해야 성립된다. 독도 경우 우리 쪽이 대응 안 하면 일본 혼자서 아무리 시비 걸어봤자 ICJ 법정은 설사 일본 땅이 맞다고 생각해도 무간섭, 모르쇠로 가게 돼 있다. 결국 일본이 독도를 갖고 싶으면 시비 걸고 약 올려서 한국이 긁어준 부스럼을 키워 정치 외교적 마찰을 일으키고 국지전(局地戰)을 촉발한 뒤 '독도대첩'으로 확산시키는 전략밖에 없는 것이다.

독도 분쟁의 문제와 해답은 이 시나리오가 전부다. 다만 국제 간의 힘의 균형이란 언제 어떻게 기울고 흔들릴지 알 수 없는 법. 만에 하나라도 당사국의 쌍방 대응이 없어도 재판이 열릴 수 있게 ICJ의 관행이 수정되는 상황을 대비, 승소(勝訴)의 요건들을 미리미리 저쪽보다 더 많이, 더 깊이, 더 논리적으로 축적시켜 놓아야 한다. 그게 바로 최초로 지형도를 측정하고, 공동 등대를 거부하고, 국가원수의 방문 비석을 세워두는 박정희식의 이성을 통한 독도 지키기인 것이다.

그런데 장관이 보초나 선다? 그러면 저쪽 국회의원들은 겁나서 나리타공항에서 '동작 그만'이라도 하나? 주군인 MB는 '일시적으로 흥분해 강경 대응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장기적 안목에서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했는데 부하 장관은 일본의원 멱살이나 잡을 기세다. 멱살잡이로 밀치다가 요시타카 의원이 저절로 넘어져 발목쯤 삐꺽했다 쳐보자. 곧바로 외교부끼리 성명 싸움 붙고 그다음 세종대왕함보다 덩치 큰 일본 이지스함대가 동해바다로 항의 시위 나오고 시위 막는다고 우리 F-15 뜨고(독도 작전엔 5분밖에 못 뜨는 기종이다) 이어 일본의 막강 P-3C 90대가 뜨면 두 번째 시나리오로 가게 돼 있다. 그게 바로 '분쟁 지역'으로 가 보자는 저쪽 전략의 하나다. 울고 싶은 놈 뺨 때려 주는 것이다. 그걸 못 짚고 혼자 애국자인 양 설치는 자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백성인가.

장관급 중진 정치인이면 행동거지 무게가 달라야 한다. 오히려 그들이 울릉도 올 때 거꾸로 대마도로 가서 '여기가 592년 전 세종대왕 아버지 태종께서 대마도는 우리 땅이다고 선전포고를 했던 땅'이라고 큰소리치는 게 보초 위협보다 더 멋있는 역습이다.

이재오 씨에게 충고한다. 박정희의 옛 참모들은 묵묵히 지형도 만들고 섬 종합계획 완성시키는 주군의 장기적 전략을 따르며 충성스럽게 독도를 지켰다. 보초 같은 헛소리 치우고 대마도행 배표를 사든지 아니면 일본의원들 기다렸다가 울릉도 오징어 회나 실컷 먹여서 돌려보내라. 박정희 순시비(巡視碑) 근처 횟집에서 '이게 안용복 장군이 즐기시던 울릉도 오징어 회요' 하고 어깨 두드려 주면 걔네들도 찔리는 데가 있을 거다. 그런 통 큰 정치로 싸워야 독도를 지킬 수 있다. 멱살잡이로는 지구촌에 '동네 우사'만 한다.

김정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