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고교 3년생 이모 군은 지난달 한 학원에서 개설한 여름방학 논술 강좌에 수강 신청을 했다. 이번 수시 모집에 지원하려면 논술 준비가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시 모집 인원은 예년보다 늘고 수능은 쉽게 출제된다니까 서울 상위권 대학에 가려면 논술이 변수가 될 거라고 하네요. 방학 때만큼은 하루 공부 시간 중 절반을 논술에 투자할 생각입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수험생들이 논술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2학년도 입시에서 논술 실시 대학은 47개에서 41개로 줄었고, 논술고사를 통한 선발 인원도 2만2천여 명에서 1만6천여 명으로 감소했다. 논술의 비중은 줄었지만 수시 모집에서 서울 소재 대부분의 대학들이 논술고사를 시행하고 있어 논술이 당락을 좌우하는 주요 전형요소인 것은 변함이 없다. 여름방학, 논술 열기를 짚어봤다.
◆논술학원, 여름방학 방학 특수
여름방학을 맞아 대구 논술학원가는 문전성시다. '수능 만점자 1%' '물수능' 등 쉬운 수능이 예견되면서 상위권 대학의 경우 논술이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늘자 수험생들이 논술학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학원들은 저마다 '논술이 대세'라며 여름방학 특강을 개설하고 수강생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2 수시모집에서는 예년의 논술 100% 전형이 사라졌다. 하지만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상위권 대학의 논술 관련 전형에서 논술 반영 비율은 50%를 웃돈다. 학생부는 학교간 학력 차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위권 수험생 경우 논술이 당락을 좌우한다는 게 학원가의 설명이다.
학원들이 밀집한 수성구 범어동 일대에는 논술학원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성업 중이다. A논술학원은 여름방학 특강에 대한 문의 전화를 받느라 쉴 틈이 없다. 이곳은 지난해 경우 논술 실전반과 경북대 AAT(대학진학적성검사)반을 운영했는데, 이번 여름방학에는 특강반을 4개 더 신설했다. 서울의 상'중'하위권 대학반과 경북대반이 그것. 한 강좌당 수강료는 30만원 정도로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주말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시간표를 빽빽히 짜두고 있다. 정원은 모두 15~20명 정도인데 마감이 눈앞이라고 했다.
이곳 관계자는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수강생이 10% 정도 늘었다고 했다. "학교에서 논술 첨삭 지도를 제대로 받기 힘드니 학원으로 몰릴 수밖에요. 다만 논술 공부를 하기로 했다면 서둘러야 합니다. 논술 실력은 하루 아침에 느는 게 아닐 뿐더러 2학기 때는 수시 원서 쓰랴, 수능 마무리 점검하랴 정신이 없을 테니까요."
B논술학원도 상종가다. 20명 남짓이던 수강생이 최근 배 이상 많아졌고 인터넷 홈페이지 조회 건수는 하루 200회를 넘고 있다. 연'고대반뿐 아니라 경북대 AAT반에 대한 문의도 잦다. 주중에는 고1, 2년생을 위한 강좌를 열고 주말 집중적으로 수험생용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 관계자는 "200여만원을 들여 서울 대치동 논술학원에 가려는 수험생도 여럿이지만 전례를 볼 때 제대로 효과를 보긴 어렵다"고 귀띔했다. "대치동의 인기강사들은 서울 학생들만 챙기기에도 벅차요. 서울은 6월 모의고사 평가 후 일찌감치 논술 열풍이 불었으니까요. 지역 학생들이 방학 때 보따리를 싸들고 가봐야 제대로 된 강의를 듣긴 힘듭니다."
지역 한 대형 입시학원이 개설한 논술 강좌에도 수강생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수강생이 1천 명 남짓이었으나 올해는 500명 이상 늘었다. 이 학원 관계자는 "수험생에게 책과 신문을 많이 보라는 조언이나 배경 지식 위주의 수업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실전 연습을 해야 할 때"라며 "기출 문제를 중심으로 글을 쓴 뒤 해설과 채점 기준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들도 앞다퉈 논술캠프
지역 고교들도 앞다퉈 논술캠프를 열고 있다. 공교육 논술캠프 경우 시험이 목전에 닥친 고3보다는 고1, 2년생 위주다.
덕원고등학교는 15, 16일 1박2일 일정으로 1, 2학년 학생 130여 명이 참가한 하계 논술캠프를 팔공산의 한 유스호스텔에서 진행했다. 학생들은 논술지도교사들의 인문'자연 통합논술 시범수업을 듣거나, 논술문을 직접 작성해보면서 논술에 대한 체력을 길렀다. 외부 강사를 초빙해 변화하는 입시제도에 대한 이해나 대학별 논술고사 준비를 위한 특강을 열었다. 이외에도 영화비평 특강, 올바른 학습방법을 위한 '똑똑한 공부법' 특강도 마련했다. 1학년 정호원 군은 "방학의 시작과 함께 해이해질 수 있는 마음을 논술캠프로 다잡을 수 있었고, 여러 특강을 듣고 나니 입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덕원고 이준영 진학부장은 "논술 준비는 사설학원이 아니라 학교에서 가장 잘 준비할 수 있다"며 "논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학교마다 고1, 2때부터 논술 동아리나 캠프를 열고 있다"고 했다. 덕원고는 2010년에도 논술캠프, 토론학습장 활용, 독서기행, 독서교실 등을 운영하면서 논술동아리 운영 최우수학교상을 받기도 했다.
정화여고도 1~3학년을 대상으로 한 하계 논술캠프를 15, 16일 열었다. 캠프 참가를 희망한 학생 150명을 대상으로 바뀐 대입 제도에 대한 설명과 논술 학습법에 대한 강의를 가졌다. 학생들은 인문반과 자연반으로 나눠 실제 논술 문제를 풀이해보고, 첨삭 및 답안 해설 시간도 가졌다. 강의가 끝난 후에는 아프리카 수단에서 봉사에 헌신한 고 이태석 신부의 일화를 그린 영화 '울지마 톤즈'를 감상하고 토론했다. 이인우 교무부장은 "논술캠프를 확대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1, 2학년도 하계 논술캠프에 동참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대건고는 지난 5월 논술캠프를 연데 이어 이달 9일 '제1회 대학별 적성검사대비 캠프'를 교내에서 열었다. 적성검사대비 캠프에선 서울 소재 대학에서 실시하는 적성고사와 경북대가 이번 대입부터 시작하는 AAT에 대한 준비법이 소개됐다. 대건고 임종기 교감은 "적성검사 캠프 때 논술강좌도 추가로 열었다"며 "고교들마다 논술이나 적성고사 등 학생들이 부담을 느낄만한 전형에 대한 준비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