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갤러리에서] 백미혜 작 '확대경 속의 푸른 새벽'

무한한 선들의 교차, 그 속에 담긴 시간과 우주

백미혜 개인전이 대구 중구 계산동 대구가톨릭대 CU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중견 시인이기도 한 작가의 그림 속에는 깨알 같은 시의 활자가 숨어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전시장에 배치된 작품들은 모두 날줄과 씨줄, 그 직선이 짜내는 세계이다. 선과 선의 교직이 중첩되고 반복되는 움직임이, 그 소리들이 느껴진다. 그렇듯 선과 선이 품거나 풀어내는 여러 칸의 공간과 색채가 마침내 신비의 피륙인 시간을 펼쳐내는 것이다.

그것이 여기 이 지면에 걸어놓은 그림이다. 나는 이 작품을 두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푸른 새벽의 섬유조직'이라 우기고 싶다. 이 말은 물론 순전히 필자의 자의적 해석으로서 '주먹으로 담 뜯는 소리' 일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삼라만상이든 유수 같은 세월이든 그 '성분'은 선과 선의 조화일 것이라 여겨진다. 나는 또한 '망원 렌즈'로 이 그림을 내다본다. 빈 칸을 담은 그림, 그림을 담은 액자, 액자를 담은 전시장, 전시장을 담은 건물, 건물을 담은 거리, 거리를 담은 도시, 도시를 담은 지구, 지구를 담은… 지구의 위도까지 올라간다. 가로줄과 세로줄, 그 직선은 다시 하염없이 둥글고 아름다운 시절까지, 거기 어머니의 촘촘한 체, 체질하는, 뜰의 풋풋한 감나무 그늘, 어른대는 멍석자리까지 내려간다.

백미혜가 그려낸 무수한 선의 교차, 그 원고지의 칸 칸 빈 방 낡은 방충망엔 이제 갓 움트는 시, 새파란 담쟁이 넝쿨의 첫 뼘이 꼬물꼬물 숨어있는 것이다. 문인수 시인

▶Grid-Poetic, 캔버스 위 혼합재료, 54.0×46.5㎝, 2011년 작.

▶~8월 2일, CU 갤러리 053)852-8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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