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몰지 인근 야채·새 죽어…작업동료 6명도 진술 준비"

고엽제 폭로 퇴역미군 국회 증언

전 주한미군 고엽제 피해자들이 25일 국회를 방문, 한국전쟁 이후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고엽제를 취급한 사실을 증언했다.

지난 5월 미국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주한미군 기지 내 고엽제 매립 사실을 최초로 폭로한 전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54) 씨는 경북 왜관에 위치한 캠프 캐럴 기지 내 고엽제 매몰과정에 대해, 지난 1968년부터 이듬해까지 한국에서 장교로 근무하며 고엽제 사용현장을 직접 경험한 필 스튜어드(63) 씨는 고엽제가 일반농약처럼 취급된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하우스 씨는 지난 1978년부터 1979년까지 캠프 캐럴 기지 내에서 진행된 고엽제 매몰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그는 "지난 1978년 2주 동안의 화생방 대비 훈련을 마친 후 '델타구역'에서 고엽제 매몰을 위한 참호를 팠고 거기에 '1967년' '베트남' 등의 글자가 쓰인 드럼통을 매몰했다"며 "이듬해 다시 매몰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참호주변 산등성이 아래의 채소들은 물론 인근의 토끼, 새, 그리고 다른 동물들이 죽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매몰작업에 참여했던 장병들은 이후 영문도 모른 채 건강검진을 받았으며 검진결과는 본인에게도 공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하우스 씨는 자신과 함께 매몰작업에 참여했던 동료 장병 6명 역시 당시 상황을 진술할 준비가 돼 있으며 캠프 캐럴 기지 내 매몰장소의 위치 역시 현장을 방문한다면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두 사람의 캠프 캐럴 현장조사 참여를 시도하고 있으나 한'미 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튜어드 씨는 1960년대 말까지 주한미군은 발암물질이 함유된 고엽제를 일반농약처럼 취급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도로변에 배수로가 설치된 기지경계 주변의 제초작업 당시에도 고엽제가 사용됐으며 고엽제 사용장비는 인근 마을 빨래터에서 세척작업을 벌였다"고 증언했다.

또한 스튜어드 씨는 "당시 우리는 제초제로 사용된 고엽제가 매우 안전하며 심지어 이것을 마시거나 이것으로 양치를 하고 목욕을 해도 전혀 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주한미군의 고엽제 취급 과정에서 한국민들에게 끔찍한 해악을 끼쳤다며 이에 대한 용서를 구한 뒤 진실 규명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우스 씨는 "우리 미군은 한국민들의 이해를 보호하기보다 한국 땅에 끔찍한 해악을 끼쳤다"며 "군인으로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한 것이긴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한국민들께서 진심으로 용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튜어드 씨도 "한국전쟁 이후 주한미군의 고엽제 운송방식, 통관항구, 통과'최종 운송된 지역, 고엽제 저장'사용'살포'폐기된 지역 등에 대한 사실이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며 "저는 한 개인으로서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진상을 규명하는 데 적극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고엽제대책회의와 민주당 그리고 민주노동당이 개최한 '전 주한미군 고엽제 피해자 국회 증언대회'는 언론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됐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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