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졸 기술자의 경력 대접해야…마이스터 운동 고병헌 이사장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작업복을 입고 밖에 나갔을 때 이들을 존중하는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마이스터정책연구원 고병헌 이사장은 우리나라 청년 실업자 해소 방법으로 지나친 진학 열기를 막고 전문가가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이사장은 자동차 와이퍼 생산 국내 1위 업체인 ㈜캐프의 회장이다. 1995년 대구 성서산단에서 ㈜캐프의 전신인 삼선정공㈜을 창업하며 경영자로 발을 내밀었다. 그는 회사를 세우기 전인 1975년 한 자동차부품업체에 사원으로 입사해 15년 만에 임원이 됐고, 1990년부터 5년 동안 이 회사 대표이사를 맡았을 정도로 일에 대한 열정이 넘쳐난다.

이러한 열정이 기능인을 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까지 힘을 뻗치게 됐고, 2009년 구미에서 처음 '마이스터 운동'을 펼치는 데 앞장서게 됐다.

마이스터 운동은 기능직을 외면하고 취업하지 못하더라도 대학 졸업장은 있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의식을 바꿔보자는 일종의 정신개혁운동이다. 고 이사장은 "독일어로 전문 기능사를 의미하는 마이스터(Meister)는 고졸 정도 학력을 가졌지만 기능은 물론 이론적으로도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존경받는 이들을 말한다"며 "하지만 한국은 이러한 전문 기능사를 홀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식을 바꿔 기능인을 우대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내자는 것이 운동의 핵심이다.

마이스터 운동 사업은 ▷마이스터 선발 사업 ▷연구 및 교육 사업 ▷인프라 구축 사업 ▷출판 및 제작 사업 ▷캠페인 사업 등 다양한 방향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한다. 이후 2014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5년간 추가적인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고 이사장은 마이스터 운동의 핵심 사업으로 마이스터 꿈나무 기능대회를 꼽았다. 고등학교 1, 2학년이 참여해 기능인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참관하는 시민들도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 고 이사장은 "최근 대기업들이 고졸자를 채용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기능대회는 고등학생들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3회째를 맞은 올해 대회는 구미 지역에서 벗어나 경북지역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고 이사장은 "이번에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학부모들도 그러모아 아이들의 미래 진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교육의 장으로 만들 생각이다"며 "또 경북경영자총협회 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해 마이스터 운동의 장점을 설명하고 운동을 전파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기업인으로 경영활동에도 바쁠 텐데 마이스터 운동에 동참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제조업을 경영하는 기업인이면서 경북경영자총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어 중소기업이 얼마나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하는지 늘 몸으로 느껴왔다"며 "마이스터 운동이야말로 우리나라가 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앞으로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고 적극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누가 하더라고 꼭 해야 할 일이고 가장 보람된 일이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고 이사장은 대기업 회장으로서도 '마이스터 운동'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사무직과 기능직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그는 "지난해 성과급은 기능직 직원들에게 더 지급했다"며 "나의 작은 실천이 대구경북의 분위기를 바꾸고 한국 전체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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