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 利用(이용)되다? 活用(활용)하다?

퇴근길 버스 안. 우연히 듣게 된 음악에 마음을 빼앗긴다. 라디오 방송 진행자가 곡명을 소개하지만 주변이 시끄러워서 정확하게 들리지 않는다. 궁금하면 참지 못하는 성격인데다가 몇 년째 알고 싶었던 음악이라서 집에 돌아온 후 음악 좀 안다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짧게 기억하고 있는 그 음악의 멜로디를 콧노래로 불러주면서 물어보지만 "그 정도로는 무슨 음악인지 모르겠어"라는 답만 듣게 된다. 결국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카페에서 우연히 다시 그 음악을 듣게 되고, 점원에게 무슨 음악인지 물어보고서야 가수와 곡명을 알게 된다.

먼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이 때문에 필자는 종종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면서 '○○일 8시 45분경에 나온 노래입니다. 아무리 찾아도 무슨 노래인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꼭 좀 알려주세요. 답답해 죽겠어요'라는 게시판 문의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 뜸해졌다. 아니 거의 없다.

요즘은 위와 같은 상황이라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누르고 음악 쪽으로 마이크 부분을 향하게 하면 일정 부분을 녹음하게 되고 녹음된 음원은 다시 데이터베이스(DB) 음원을 잘게 분해해서 스펙트럼 정보를 분석해 소리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는지 빠르게 찾아내서 곡의 정보를 검색 결과로 보여준다. 서버에 해당 음악에 대한 음원 데이터베이스(DB)가 있고 음악 검색을 하는 순간 소음이 크지 않다면 해당 곡을 찾아낼 확률은 99~100%다. 곡명은 물론이고 청취도 할 수 있고, 앨범 재킷 사진, 가사는 물론이며 심지어 뮤직비디오나 공연 실황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한국은 2011년 7월 현재 초고속 무선 인터넷 보급률이 OECD 국가 중 1위다. 전체의 평균 보급률 41.6%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스마트폰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2천만 명을 훌쩍 넘어 2천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1년 절반의 대한민국 국민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곳이 어디든 그 즉시 아주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잘 활용하는 경우는 예외지만, 대부분은 아~ 하며 단발성 감탄사를 지르며 그냥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다시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학창 시절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수학 문제를 풀다가 답답해서 끝에 있는 해답지를 펼쳐보는 순간 긴 자로 책상을 내려치시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왜 바로 답을 보는 것을 금하셨는지 알 것 같다. 아니 답을 알고 역으로 풀면 되지 않는가? 하지만 그런 식으로 공부했던 것들은 거의가 시험 당시에는 풀이가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최근, 사이언스지는 미국 하버드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6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한 결과 인터넷 검색에서 얻은 정보를 쉽게 잊어버리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인터넷 이용자들은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을 지식을 저장하는 외부 저장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 "검색엔진에 의존하는 정도가 점점 높아져 친구와 동료에게 지식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있다"며 "만약 우리가 이에 접근할 수 없다면 모든 지식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며 지나치게 검색엔진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리는 어느새 문명의 이기가 가득한 21세기에 들어와 있고, 알게 모르게 뼛속 깊숙이 파고들어 있다. 개구리를 물에 담가 놓고 서서히 물을 끓이면 온도 변화가 서서히 느껴지다가 위급한 상황이라는 걸 감지했을 때는 이미 늦어버려 죽게 된다는 프로그 보일링 신드롬처럼 감지하지 못하는 어느 순간, 아차 할 때는 이미 스스로 통제할 수 없어서 판단하고 기억할 수 있는 기능이 약화되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충무로 사람들을 만나면 "영화화하는 모든 상황들은 언젠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엄청난 과장과 확대일 수도 있지만 수십 년이 지난 어느 날 사소한 것까지 검색하지만 정작 기억 속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는 사람들이 로봇이 만든 특별한 장치로 주입되는 정보로만 살아가는 영화 같은 끔찍한 현실을 상상해본다.

지식이든 정보든 감정이든 간절함이 채워진 시간으로 생긴 것들은 머리와 마음속에 오랜 시간 머물고 싶어하는 것 같다. 활용하지 못하면 이용당한다. 귀찮아도 좋으니 가끔씩은 "그게 무슨 노래죠?"라며 질문하는 사람도 있으면 좋겠다.

공태영(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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