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이 제2 수도 기치를 내걸며 도약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경제 판도를 바꿀 대형 개발호재가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지난해 제2 수도 세종시 건설 확정에 이어 5월 단군 이래 사상 최대 프로젝트라는 '과학벨트' 대전 유치에 성공한 것. 당장 충청권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고, 대전~과학벨트~세종시 산업벨트가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강의 기적에서 대덕의 기적으로…'
"한강의 기적에서 대덕의 기적으로, 첨단과학의 세계적 중심도시 대전".
22일 대전시 유성구 대덕연구개발특구. 과학벨트 입지 확정 이후 내걸린 플래카드가 도로 곳곳에서 나부끼고 있었다. 아파트 공사장마다 '과학벨트 최대 수혜단지'라는 문구도 종종 눈에 띄었다.
과학벨트 입지 대전 확정 배경에는 대한민국 과학기술 요람으로 자리잡은 대덕특구가 있었다. 70.4㎢의 광활한 대지 위에 듬성듬성 서 있는 연구소만 돌아보는 데도 하루가 모자랄 지경.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국가 연구기관과 삼성'LG'SK 등 대기업 연구소와 벤처기업이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대전시에 따르면 대덕특구에는 28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포함한 79개 기관과 667개 중소기업, 443개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다. 대덕특구는 과학입국(科學立國)이라는 명제 아래 1973년 고(故) 박정희 당시 대통령 지시로 수립된 '제2연구단지 건설기본계획'에 따라 조성돼 1978년부터 연구기관 입주가 시작됐다.
그간 대덕특구는 300조원이 넘는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세계 최초의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 방식의 이동통신시스템, 뇌졸중 치료제 후보물질을 비롯한 각종 글로벌 신약, 25기가바이트(GB)급 차세대 DVD, 세계 최초 촉매를 이용한 나프타 분해공정, 한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휴보, 통신해양기상위성인 천리안 등이 모두 대덕특구의 연구성과이다.
대전시의 과학도시 위상은 5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 유치로 한층 더 높아졌다. 과학벨트는 '단군 이래 사상 최대 과학기술 프로젝트'. 지난해 8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과학벨트가 가져올 효과에 대해 국민경제 차원의 생산유발액이 최대 256조5천억원, 고용유발효과가 225만8천 명, 부가가치유발액은 109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대덕특구에서 차로 20분쯤 달렸을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시설인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이 들어설 거점지구로 결정된 신동지구 169만9천㎡, 둔곡지구 200만㎡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 역시 "과학강국 선진한국 대전에서 시작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결정,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었다.
신동'둔곡지구는 대덕연구개발특구 2단계 개발사업지에 위치해 있다. 지금은 고즈넉한 농촌마을에 불과하지만 조만간 1특구 이상의 과학도시로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충북 청원(오송'오창)과 충남 연기'천안 등지에 기능지구가 들어서 산업'금융'교육'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거점지구 기능을 뒷받침하면 충청권 광역경제의 전성기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제2 수도 세종시
과학벨트는 또 충남 연기~충남 공주~충북 청원(465㎢)을 아우르는 '제2 수도 세종시'에 힘을 싣고 있다. 신동'둔곡지구와 세종시는 거리상 8㎞, 자동차로 10분 이내 거리. 취재진이 이날 찾아간 충남 연기군 세종시 건설현장에선 시원하게 뚫린 도로 위로 덤프 트럭과 레미콘 트럭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세종시로 들어서는 관문 중 하나인 '금강 2교'에는 주탑이 모습을 거의 갖췄고 6개 권역으로 건설되는 중앙행정타운에서는 대형 타워크레인이 철골을 옮기고 있었다.
차량을 타고 세종시의 밀마루 전망대에 도착했다. 해발 98m의 전망대 끝에 다다르자 한창 공사 중인 세종시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올 연말 첫 입주를 앞둔 첫마을 아파트와 국무총리실 건물의 외관이 어렴풋이 보였다. 수도권에서 이곳을 찾은 5, 6명의 투자자들이 전망대 주변을 둘러보며 투자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전망대 측은 "과학벨트 확정 이후 세종시 공사가 속도를 내면서 외지인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다"며 "투자자와 관광객, 공무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시는 내년 7월 1일 공식 출범을 앞두고 반환점을 돌아섰다. 세종시행정건설청에 따르면 현재 공정률은 58%로,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밤 9~10시까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말 가장 먼저 이전하는 국무총리실은 거의 공사가 끝나가고 있었고, 바로 옆 기획재정부 건물 등 2단계 2구역도 지난해 말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세종시 효과는 부동산에서부터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공사 현장 주변의 금남면 용포리에는 세종시 건설과 함께 새로 생겨난 부동산이 100여 곳 넘게 성업 중이다. 이곳 부동산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세종시의 99㎡(30평)대의 아파트는 벌써 프리미엄이 3천만~5천만원씩 붙었다.
지난해 처음 분양된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 프리미엄은 5천만원을 넘어섰고, 주변 지역 아파트 역시 부르는 게 값이다. 공인중개사들은 "9월과 10월 극동건설, 포스코건설 등 분양도 잇따를 예정으로, 세종시 부동산 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시 부동산 붐은 충청권이 세종시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남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충청 지역민들은 노무현 정부의 세종시 원안(행정도시)과 이명박 정부의 수정안(기업도시) 사이에서 원안 사수에 성공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8일 세종시의 법적 지위와 관할구역 등을 담은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고, 세종시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법적'제도적 걸림돌이 모두 제거됐다.
정부는 행정기능을 중심으로 교육, 문화, 복지, 연구, 의료, 첨단비즈니스 등의 기능과 친환경적 신재생에너지가 어우러진 자족형 명품 복합도시로, 세종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세종시 조성이 끝나는 2015년 이후 과학벨트-세종시-충북 오송'오창-천안'아산-당진까지 이어지는 산업벨트가 형성되면 충청권 제2 수도 도약이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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