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월광수변공원에 가보면 유모차를 밀고 가는 남편, 아이를 안거나 업고 못 주변을 거니는 아버지의 모습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조금 떨어져서 걷는 어머니는 주위에 핀 꽃향기를 맡기도 하고, 음악분수를 바라보며 잠시 사색에 빠지기도 하는 모습이 더없이 여유로워 보인다.
20~30년 전만 해도 어머니의 모습은 상당히 달랐다. 과거 여성들은 결혼과 동시에 자신의 능력과 경력을 접고 전업주부의 길을 걷는 게 일반적이었다.
남성들은 아내가 남편의 월급으로 자녀들을 키우고 '무한 내조'를 해야 한다고 여겼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활동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여성의 교육수준이 향상되고 정치적, 사회적 민주화 물결과 함께 여성도 다양한 분야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일하는 여성, 나눔과 봉사, 문화생활 향유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적극적이고도 당당하게 참여하고 있으며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여성들도 자신의 삶의 질과 행복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지역 사회에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대구 달서구도 지난 2009년 '미래 달서비전 기본구상'의 비전을 '여성과 가족이 행복한 생활공간'으로 구체화하고 여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여성의 자아실현과 사회참여 확대를 위해 책사랑 전국 주부수필 공모전, 여성축구단, 달서구보 주부기자단 등의 운영과 달서구여성발전기본 조례, 아동 및 여성보호에 관한 조례 제정 등 여성권익 증진을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 그 결과 달서구는 지난해 11월 여성가족부로부터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됐고 이를 21세기 도시발전의 새로운 성장동력 축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9일에는 여성정책이 구호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역 최초로 여성정책 전담부서인 '여성가족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또 지난 6월에는 달서구의 각계각층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7개 분야, 22개 문항에 대한 설문을 실시하기도 했다. 지역 여성들의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조사 결과, 여성들은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사회적 서비스 확충'(34.1%)과 '여성일자리 창출 및 경제활동 증진'(28.3%)을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꼽았다.
또 '출산 및 보육문제'(53.6%)가 여성의 경제활동 장애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동 및 여성 대상 범죄'(56.38%)를 불안요소로 꼽으며 'CCTV 및 응급비상벨 등 야간안전시설 설치'(43.5%)를 요구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나타난 문제점과 주민 요구는 '여성친화도시 조성 5개년 기본계획'에 반영하여 맞춤형 여성친화정책을 펼쳐나갈 생각이다.
일부에서는 '여성친화도시'가 여성만을 위한 정책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성친화도시가 여성만을 위한 도시를 건설하자는 뜻은 아니다. '여성친화도시'(Women Friendly City)는 지역정책과 발전과정에 남녀가 동등하게 참여하고 그 혜택이 모든 주민들에게 고루 돌아가면서, 여성의 성장과 안전이 구현되도록 하는 지역 및 도시를 의미한다.
여성의 정책결정 참여 확대를 통해 여성의 시각에서 도시 전반에 걸친 불편'불안요소를 찾아내고 어린이, 장애인 및 노약자 등 사회구성원 모두가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시공간을 바꾸어 나가자는 것이다. 또 양성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상호보완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21세기를 '여성'(Female) '감성'(Feeling) '상상'(Fiction)이 주도하는 '3F 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깨끗하고 맑은' '친절하고 열린' '멋지고 신나는', '깨'친'멋-달서'를 건설하려면 여성은 물론 사회구성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따뜻한 공동체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곽대훈(대구 달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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