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무능한 장군 채병덕

채병덕(1914~1950) 중장은 무능한 장수의 대명사로 불린다. 한국전쟁 발발 당시 육군참모총장으로 있으면서 허둥대다 북한군에게 초전박살이 났으니 그런 소리를 들을 만하다.

일본 육사 졸업에 소좌(소령) 출신이라 경력은 그럴듯했지만, 실제로는 후방에 근무한 병기 장교였다. 평양 출신으로 해방 후 잠시 장사를 하다가 군사영어학교에 들어가 대위로 임관해 출세가도를 달렸다. 전쟁을 이끌 만한 능력은 부족했지만 처세에 능란했다. 정치군인의 전형이었다. 미국 관리들이 이승만 대통령에게 "왜 하필 저렇게 뚱뚱하고 둔해 보이는 장군을 육참총장에 임명했소?"라고 물으니 이 대통령은 "나의 채 장군은 날씬한 장군이 가지지 못한 기민함을 갖고 있다오"라고 했다.

전쟁 발발 다음날인 26일 국무회의에서 "후방 사단을 동원하면 나흘 안에 평양을 점령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할 정도로 정세에 무지했다. 한강 철교를 폭파하고는 '경남지구 편성군 사령관'으로 쫓겨났다. 1950년 오늘, 경남 하동에서 미군 1개 대대와 함께 북한군을 막다가 전사했다. 패전이 어찌 한 사람의 책임이겠느냐마는, '무능한 간부는 적보다 무섭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다.

박병선(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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