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현재 금융시장은 '월지급식'의 전성시대다. 하나같이 노년을 대비한 것으로 '월지급식 XX'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관심의 대상이 될 정도다. 금융상품을 보면 시대가 보인다. 이는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중이라는 방증. 그러나 아무리 노후를 대비하는 금융상품이라 할지라도 유행에 따른 금융상품 가입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IMF구제금융 도입 이후 우리나라를 휩쓴 히트 금융상품은 꾸준히 있었고 성공하지 못한 상품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일부 상품들이 '월지급식'이라는 이름으로 예비노년층을 겨냥하고 있어서다.
◆노후 겨냥한 상품 쏟아진다
최근 들어 증권사들은 월지급식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고객몰이를 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펀드를 비롯해 주가연계증권(ELS), 자문형랩, 브라질국채 투자상품 등을 내놓으면서 월지급식 상품을 유행시키는 데 일조했다. 증권사의 월지급식 상품의 잇단 출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때문.
상당수 금융소비자들이 월지급식 상품에 관심을 갖는 것은 노후 준비 수단으로 국민연금에만 의존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급속한 고령화 및 재정구조의 취약성 탓에 연금 지급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10년 가계금융 조사'도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싣는다. 가계금융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예금, 주식 등 금융자산은 평균 7천319만원으로 평균 부채 규모 5천800만원보다 약간의 여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시중에 있던 목돈이 월지급식 신탁과 펀드로 몰리고 있다. 목돈을 넣으면 매달 일정하게 고정 수익을 낼 수 있어 안정성과 수익성을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등 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월지급식 신탁과 펀드로 유입된 자금만 1조2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일본의 사례를 봤을 때 월지급식 상품이 일시적인 유행에 편승한 금융상품으로 끝나지 않고, 적립식처럼 제2의 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시대가 만들어낸 흐름에는 따라가되, 금융회사가 만들어낸 상품에는 휩쓸리지 말 것을 충고하고 있다. 장병화 하이투자증권 대구지점 투신지점장은 "개별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고르는 것이 기본"이라며 "월지급식 상품의 투자 조건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운용수익률과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률 수준으로 낮은 변동성을 가지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대를 풍미했던 금융상품
1997년 IMF구제금융이 국내에 상륙하기 전까지 국내 금융회사, 특히 은행들은 정기예금과 적금으로만 승부수를 띄웠다. 목돈을 모아 미래를 대비한다는 개념으로 모으는 것에 치중하던 시기였다. 1980, 90년대부터 IMF구제금융 직전까지 직장인들의 재테크 1순위는 내집 마련이었다. 아파트가 주거 및 투자 대상으로 인기를 끌면서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고, 아파트 청약을 받기 위한 주택청약예금 및 청약부금이 인기를 끌었다. IMF 이전에는 약 12% 이상의 고금리로 저축의 대부분이 은행의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을 통해 이뤄졌다. 이렇게 모인 목돈으로 아파트 분양을 받아 재산을 형성하는 순이었다.
그러나 IMF구제금융 도입 직후 금융시장은 급변했다. 2000년 초반 이후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은행 예금으로는 더 이상을 재산을 모으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2004년 무렵부터는 재테크가 저축에서 투자로 바뀌기 시작했다. '부자아빠'라는 유행어가 번지기도 했다.
2007년부터는 본격적인 적립식펀드의 열풍이 불었다. 웬만한 금융회사들은 펀드 가입을 권했다. 펀드의 인기는 해외시장으로 무대를 넓히면서 2008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까지 지속됐다. 유행에 따른 투자의 위험성은 여기에서 나온다. 허수복 계명대 재무상담클리닉센터 부센터장은 "주식형펀드뿐만 아니라 변액보험, ELS, 리츠, 원자재펀드 등도 큰 타격을 받았다. 유행이나 테마에 따라 특정 국가, 특정 테마펀드에 투자했던 투자자의 손실이 더욱 커 중국 등 해외펀드는 아직도 원금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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