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가족 이야기] 열혈 운동마니아 친정아버지

아직도 훌라후프만 돌릴 때면 그때 그 일이 생각나 아찔하면서도 한편으론 쓴웃음이 나기도 한다. 작년 12월 중순경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하셨다 다시 건강한 모습을 되찾으신 친정아버지 이야기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몸소 보여주시는 올해 팔순이 되신 아버지는 인라인, 자전거, 등산 등 운동이라면 못 하시는 게 없으신 열혈 운동 마니아시다. 살다보면 희한한 우연의 일치가 생길 때가 있는 것 같다. 처음엔 맹장염인지 전혀 의심도 못하고 전날 드신 초밥과 도넛이 화근이 된 줄로만 알고 복통이 심하신 데도 소화제만 드시다 그 다음날은 이젠 배가 왜 자꾸 불러오는 느낌이지 하시면서 갑자기 훌라후프를 드시더니 이거 돌리면 배가 좀 꺼지지 않을까 하시면서 열심히 돌리시기까지 하셨다.

아무리 운동을 좋아하셔도 그렇지 맹장이 터져 복막염이 된 줄도 모르시고 평소처럼 훌라후프까지 돌리신 못 말리는 우리 아버지.

"터진 것 같네요. 빨리 수술해야겠어요." 너무 기력이 없으셔서 링거라도 맞춰드려야겠다 싶어 간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셨다. 벌써 3일 정도 됐다고 하니 오늘 안 왔음 정말 큰일 날 뻔 했다고 하셨다. 그나마 다행히 평소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라 수술하시고 회복력은 엄청 빠르셨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아버지도 이제 나이가 드셨구나. 어린애들처럼 표현력이 점점 떨어지니 하나하나 체크하고 더 잘 돌봐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여름 건강하게 보내실 수 있게 몸보신이라도 좀 해드려야겠다.

이순이(대구 동구 효목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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