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중심도시로 먼저 키우고, 광역교통망으로 주변 통합을"

[위기의 대구경북 광역경제, 해법은 없나] (3)대구경북 안의 소지역주의

동남
동남'충남 광역경제권의 급성장은 중심도시(부산'대전)의 부활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대구경북 광역경제 역시 대구의 중심도시 기능 강화가 시급하다. 부산의 유통'서비스업 도약을 이끄는 해운대구 센텀시티 야경(왼쪽)과 과학벨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대전 대덕특구.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경북 광역경제가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 블랙홀에 맞서 부산'울산'경남(동남권), 충남'대전'충북(충청권)이 통합'협력 논의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대구경북 광역경제는 축소'해체'분열 양상을 보이며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대구경북은 전국 광역경제권 중 가장 먼저 경제통합포럼과 경제통합추진위원회를 발족했지만 통합 논의를 이어가기는커녕 개점 휴업 상태나 마찬가지다.

지금 세계경제는 도시 대 도시 간 경쟁을 넘어 광역 대 광역의 경쟁'상생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광역경제가 세계화 시대의 필수 생존전략이라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대구경북 광역경제가 이대로 경쟁에서 뒤쳐진다면 대구와 경북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

위기의 대구경북 광역경제, 해법은 없나?

◆후퇴하는 대구경북 Vs 전진하는 동남'충청권

2006년 4월 27일 대구경북경제통합포럼이 출범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발표에 앞서 가장 먼저 출범한 광역 포럼이었다. 통합포럼은 상생과 협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구경북 공동 번영 시대를 열어나가자는 기치를 내걸었다.

그러나 통합 논의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대구경북포럼은 소리 소문 없이 움츠러든 반면 광역경제권 출범 이후 뒤늦게 추진한 동남권'충청권 경제포럼은 연이어 결실을 거두며 대구경북과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허남식 부산시장, 박맹우 울산시장,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3개 시도 국회의원, 경제계, 연구'교육기관, 시민단체, 지역전문가 등과 함께 '동남권 100년 포럼'을 창립했다. 이날 창립 총회에서 동남권 3개 시'도 단체장은 새로운 지역 간 협력모델을 제시하고 호남권과 대구경북권까지 포용해 남부경제권의 발전을 선도하는 핵심리더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앞서 충남'대전'충북 3개 시'도는 지난달 21일 천안 충남경제종합지원센터 컨벤션홀에서 '충청권 경제포럼 출범식'을 가졌다.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안희정 충남지사, 염홍철 대전시장, 이시종 충북지사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와 기능지구가 입지하게 돼 충청권은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맞게 됐다"며 "충청권 경제포럼은 진정한 광역경제권 구현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경북 경제통합 재점화

동남'충청권 경제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대구경북 역시 통합 논의를 재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구경북은 2006년 4월 경제통합포럼에 이어 그해 11월 경제통합추진위원회 사무국까지 출범시키며 가장 앞서 나갔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이후 통합 논의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5+2 광역경제권'의 법적 기구로 2009년 출범한 대구경북광역경제발전위원회로 통합 업무가 이관됐지만 예산 부족과 법적 권한 미비, 정부의 정책의지 약화 등 각종 난제가 수두룩해 통합 주체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

오히려 광역발전경제위원회가 선정하는 서브 권역별 전략산업을 둘러싸고 시'도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통합 업무가 사실상 중단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는 "지역각계가 참여하는 민관협력거버넌스가 대구경북 통합의 새로운 추진 주체가 돼야 한다"며 "대구경북경제통합추진위원회가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한 것은 시와 도가 관 주도방식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역민들과 함께 통합발전의 필요성과 비전을 제대로 공유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이 협력해 광역행정체계를 구축한 성공 사례로는 영국과 프랑스 모델이 꼽힌다. 정부와 시민단체, 기업 등이 참여하는 탈(脫)정부주도형 모델로, 동남권 100년 포럼과 충청경제권포럼 역시 민·관 협력 체계를 지향하고 있다.

◆대구경북발 국가프로젝트 개발

대구경북 경제통합의 새로운 추진 주체는 지역 중심의 국가프로젝트 개발이라는 대명제를 안고 있다. 노무현'이명박 정부의 비수도권 국책사업이 모두 대구경북을 비껴가고 있기 때문. 호남권 J프로젝트(서남해안관광레저도시)'새만금 경제자유기지, 남해안(호남'경남'부산) 선 벨트에 따라 국가발전 축이 경부선에서 서남해안선(L자형)으로 바뀐 지 오래다. 충청권 세종시(행정복합도시)'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경북북부권의 수도권 흡수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 분명하다.

잇단 국책 과제 유치 실패는 중앙 정부의 대구경북 외면과 함께 대구경북이 자생적 국가프로젝트 개발에 실패했다는 숙제를 던지고 있다. 첨단의료단지와 신공항, 과학벨트에 이르는 일련의 대형 국책 사업 유치 과정에서 대구경북의 주체적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 것. 경쟁 지자체가 일찌감치 추진해 온 국책 사업에 뒤늦게 뛰어들다 보니 유치 의지 결집이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고, 경쟁 지자체로부터 '대구경북 밀어주기'라는 정치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발 통합 아젠다, 나아가 영남'호남, 더 나아가 비수도권 상생 발전을 제시할 수 있는 비전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지역 경제계의 하나된 목소리다.

대구경북연구원 장재호 기획경영실장은 "대구경북뿐 아니라 국가 균형 발전을 주도할 수 있는 프로젝트 개발에 성공해야 국책과제 유치의 헤게모니를 쥘 수 있다"며 "대구경북의 새로운 통합 주체가 대구경북연구원뿐 아니라 지역 연구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소(小) 지역주의 극복

대구경북이 지역을 벗어나 영남권, 비수도권 전체를 아우르는 국가 프로젝트 개발에 성공하려면 대구경북 소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뉴 디자인 대구경북 총괄계획 공청회'를 통해 대구경북 도시경제권으로 '3+2', 3대 경제권과 2대 소 경제권을 새롭게 제시했다.

3대 경제권은 대구 대도시권, 포항 동해안권, 안동-영주 신도청도시권으로 구분했다. 또 2대 소경제권은 첨단산업도시권(구미, 김천)과 백두대간을 경계로 수도권'충청권을 연결하는 관문도시권(상주, 문경+김천, 영주)으로 나눴다.

경북도청 이전과 맞물려 점차 가시화하고 있는 대구경북 경제권의 다양화는 지역의 결집력을 약화시키며 소 지역주의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대구경북 지자체들이 지역의 특성과 경쟁력에 상관없이 첨단업종이라면 무조건 유치부터 하겠다며 아웅다웅하고 있는 것.

대구경북연구원장을 7년간 지낸 홍철 지역발전위원장은 "광역경제권 내 각각의 구역을 어떻게 발전시킬가부터 먼저 고민한 뒤 3대 축을 서로 네트워킹해야 한다"며 "서브 권역부터 발전시켜 광역권을 완성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대구의 경우 중심도시 기능 강화가 시급하다. 교육, 의료, 문화, 서비스업이 집중된 거점도시와 생산과 주거 기능이 있는 주변 지역이 광역 교통망을 통해 경제적 통합을 이룰 때 지역경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남'충청권이 급성장하고 있는 배경 역시 각각 부산과 대전의 경쟁력 강화가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부산은 2009년 3월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센텀시티점) 개점 이후 동남권 유통'서비스업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고, 대전의 경우 5월 과학벨트 입지 확정 이후 첨단과학의 세계적 중심도시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매일신문 정책아카데미 초청 강연에서 "도시의 중심기능이 흩어지면 안 된다. 미래를 위한 중심거점은 확실하게 키워야 서울로 빼앗기기만 하는 흐름을 막을 수 있다. 균형발전이라는 논리로 중심도시인 대구의 기능을 약화시켜서는 안 되며 거점 기능을 오히려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면서 "대구(중심도시)만으로는 경쟁력이나 가능성이 별로 없지만 대구와 경북을 합친다면 여러 가지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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