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대구시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대구의 관광, 문화, 교통 정보를 안내하는 미디어보드를 조작하던 심민지(24'여) 씨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부산에서 온 친구에게 대구의 볼거리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미디어보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것.
터치스크린은 오작동을 반복했고, 겨우 찾은 콘텐츠도 대구시 홍보 영상이 고작이었다. 영화관 안내 메뉴에는 지난해 문을 닫은 아카데미극장을 안내하는 내용이 버젓이 떴다. 심 씨는 "외지에서 온 친구에게 대구시의 첨단 공공시설물을 자랑하려다 망신만 톡톡히 당했다"고 했다.
대구시가 수억원을 들여 만든 미디어보드가 고장이 잦고 콘텐츠가 빈약해 시민들이 외면하고 있다. 게다가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까지 콘텐츠를 업데이트할 수 없어 톡톡히 망신을 당할 처지다.
시는 2009년 12월 5억원을 들여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미디어보드 10기를 설치했다.
28일 기자가 미디어보드 10기를 확인한 결과, 이 중 3기는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 아예 고장난 상태였다. 대구시설관리공단은 서울 업체를 통해 부품을 주문해야 하기 때문에 제때 수리하기 힘들다고 해명했다.
미디어보드가 작동되더라도 오래된 정보로 가득 차 있었다. 지역 상가 정보는 문을 닫았거나 사라진 영화관, 식당, 음반가게 등이 그대로 표시됐다. 교통 정보도 도시철도 메뉴는 노선도만 나타나고 세부 안내는 나오지 않았다.
공공정보도 부실하다. 2009년 설치 당시 심은 콘텐츠를 한 번도 업데이트 하지 않았다. 지난해 열린 대구세계소방관경기대회 홍보 영상이 아직도 남았다. 공공정보 동영상 12개 중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관련 정보는 이미지로 만들어진 홍보 동영상 1개가 유일했다. 10개 메뉴 중 연예뉴스 매거진, 디지털 투표, 모션 리스펀스 등 3개 메뉴는 아예 작동조차 되지 않았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배려도 낙제점.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 메뉴를 지원하는 미디어보드는 중앙로네거리에 있는 하나뿐이었다. 이마저도 터치스크린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첫 화면만 4개 국어로 안내될 뿐 각 메뉴로 들어가면 다시 한글이 뜨거나 첫 화면으로 돌아가는 오류가 떴다.
직장인 김영후(35) 씨는 "1년 전에 봤던 동영상이 그대로 내장돼 있어 지루하다"며 "중앙로를 걸어다니며 가끔 이용했지만 이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콘텐츠를 새로 제작하기 위한 예산은 올 연말에나 확보할 수 있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관련 콘텐츠도 현재로서는 업데이트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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