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이전해 새롭게 문을 연 대구은행 동성로지점. 창구와 ATM기, 고객 상담실 등을 갖춰 여느 은행 지점과 다를 바 없었지만 400㎡ 남짓한 공간 중 100㎡는 보통의 은행 지점과 달랐다. 50㎡가량은 고객들이 커피와 케이크를 사먹을 수 있도록 케이크 매장을, 나머지 50㎡에는 태블릿PC 등을 설치해뒀다. 전 지점에서 무선인터넷을 무료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이곳 김숙희 지점장은 "은행을 그냥 돈만 찾으러 가거나 맡기는 곳이 아닌 종합 휴게 공간으로 만들었다"며 "특히 젊은 층이 많이 몰리는 곳이어서 주 고객층의 생활 패턴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은행의 고객 맞춤 전략이 공간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뱅킹 등 IT 기술의 발달로 대면 접촉이 줄어들자 은행 측이 마련한 고객 감동 서비스의 하나. 이 같은 움직임은 비단 리모델링에 그치지 않고 탄력적 영업시간 운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적 특성에 맞는 영업 전략으로 고객의 요구와 눈높이에 맞춰가겠다는 은행의 생존법이다.
◆고객 눈높이에 맞춘 공간 변화
고객 눈높이에 맞춘 공간은 KB국민은행에서 먼저 등장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만든 신개념 점포인 '락스타존'(樂Star Zone). 대구에서도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등에 마련돼 전국적으로 41곳의 매장을 갖추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인디밴드 공연, 주식투자대회 등 새로운 콘텐츠를 갖추는 동시에 커피숍 같은 분위기로 대학생들의 발길을 잡았다. 그 결과 KB국민은행은 락스타존 전용 상품인 '락스타 통장' 신규 고객 10만 명을 확보했다. 수익성은 낮아도 친밀감과 인지도 상승에 만점이었다.
대구은행 동성로지점도 마찬가지. 이전까지 금융결제원 맞은편 동원빌딩 1층에 있던 대구은행 동성로지점은 속칭 '외국어학원 빌딩'으로 알려진 중구 공평동 국제빌딩 1층으로 이전했다. 대구은행이 이전과 동시에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은 '동성로'라는 지역 특징 때문. 대구은행 동성로지점은 대구은행 전 지점 중 현금 유동량이 많은 지점으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인구 이동이 많은데다 10대에서 30대 사이의 젊은 층이 현금 인출을 위해 들른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젊은 층의 트렌드와 행동 반경, 금융 니즈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했다"며 "오전 시간대에 거래가 거의 없고 오후에 거래가 활발하다는 점에 착안해 영업 시간도 오후 5시까지로 바꿨다"고 말했다.
◆고객 요구에 맞춘 영업시간 탄력 운용
통상 은행권의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그러나 동성로지점은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오후 5시에 닫는 변칙을 도입했다. 고객이 원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권은 주 5일제 근무 시행으로 토, 일, 공휴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 곳이 태반이다. ATM기와 CD기의 보급으로 불필요하게 인력을 운용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 이 때문에 고객 중심의 영업이 아닌 금융권만의 영업시간이라는 비판도 적잖았다. 1994년 2월부터 은행 영업시간이 자율화됐지만 사실상 오전 9시 30분부터 문을 여는 게 당연시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권이 스스로 변했다. 영업시간 탄력 운영은 지난해 초부터 시작됐다.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휴일 환전 서비스가 일부 시중은행에서부터 시작됐던 것. 외국인 근로자들은 버는 돈의 대부분을 저축하거나 해외로 송금하기 때문. 이뿐만이 아니다. 대구은행의 경우 쇼핑객이 많은 대백점과 대백프라자출장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성서홈플러스출장소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등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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