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시하는 새 주소 사업 시행 첫날 현장 모습이 극과 극이다. 우정청은 우편물류시스템 정비부터 집배원 교육까지 적극 대비하는 모습이지만, 행정안전부는 새 주소를 주민등록 공적장부에 표기하는 시점을 3개월 늦춰 구청마다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에는 새 주소 검색조차 안 되는 등 시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무인민원발급기, 새 주소 검색 안 돼=29일 오전 대구 서구청 무인민원발급기 앞. 민원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이곳을 찾은 김석수(49) 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날 구청 인근에서 '오늘부터 새 주소(도로명 주소)가 사용된다'는 홍보 자료를 받은 김 씨는 새 주소로 토지대장을 발급받으려고 했지만 새 주소 검색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
발급기 화면 위에는 '새 주소 입력시 민원서류 발급불가'라는 공지가 붙어 있었다. 김 씨는 "주민 입장에서 지번 주소에 익숙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럴 거면 왜 오늘부터 새 주소를 쓴다고 홍보하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정부의 도로명 새 주소 사업이 시행 첫날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이는 행안부가 주민등록 공적장부에 새 주소를 표기하는 시점을 8월 1일에서 10월 31일로 미루면서 발생했다.
국회에서 '도로명주소법개정안'을 발의해 새 주소와 기존 지번 주소를 2013년 12월 31일까지 병행 사용키로 하는 등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시민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
행안부 관계자는 "당초 계획은 29일 새 주소 고시와 동시에 8월 1일부터 주민등록 공적장부에 표기된 주소도 새 주소로 바꾸는 것이었지만, 다른 공적장부와 세무 등 연계된 정보가 많아 이를 3개월 연기하기로 했다. 이후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집배원 새 주소 공부에 시험까지=같은 날 오후 대구 수성우체국 2층 우편물 분류 집배실. 우편배달을 끝내고 집배실로 돌아온 이태경(45) 집배원은 새 주소가 적힌 모의 우편물로 이를 외우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수성1가는 명덕로73길, 수성로2가는 수성로70길." 수성동 일대 배달을 담당하고 있는 이 집배원은 "지금 새 주소로 표시된 우편물은 관공서와 학교 등을 제외하면 거의 없는 편"이라며 "하지만 앞으로 새 주소 활용도가 높아질 것에 대비해서 매일 이렇게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지방우정청은 집배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4월부터 매일 1시간씩 새주소를 외우는 훈련과 함께 일주일에 2, 3차례 암기시험까지 치르게 한다. 또 우편물을 배달 순서대로 구분하는 기계인 '집배순로구분기'에 새 주소를 입력시키고, 집배원용 PDA에도 새 주소 검색기능을 더했다.
대구 수성우체국의 경우 하루 배달 물량 16만~17만 통 중 0.5% 정도만이 새 주소로 표기돼 있으나 새 주소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구 수성우체국 이규삼 우편물류과장은 "수성구에서 현장을 뛰는 집배원 127명이 새 주소를 완벽하게 익히지 않으면 우편배달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새 주소를 완벽하게 익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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