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패션사업협동조합 설립 김광배 이사장

"벼랑 끝에 선 대구 패션계 동반성장 통해 위기 탈출"

"며칠 전 중국 바이어들이 대구에 왔습니다. 80억원어치 의류를 매입하기 위해 대구 의류 브랜드와 백화점을 둘러봤는데, 고개를 저었습니다. 참담하더군요."

중국에는 지금 한류 열풍이 드라마, 영화, 가수에서 한국제품으로 본격적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 바이어들은 연일 한국을 찾아 13억 중국인들의 구미에 맞는 옷을 찾고 있다. 이들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한 번 매장을 열면 중국 전역에 수십 개를 오픈할 작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이들이 찾는 옷은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캐주얼. 하지만 이 조건을 갖춘 대구 패션 브랜드는 많지 않다. 대구 패션이 한류 붐을 타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김광배 대구경북패션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대구 패션의 위기를 온몸으로 느낀다. 그래서 이달 중순 (사)대구패션협회를 조합 형태로 바꾸었다. 30여 개에 그쳤던 협회 회원업체 수가 회원 58개, 특별회원 9개 업체로 늘었다. 김 이사장이 2월 대구패션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회원 수를 두 배 이상 늘려 놓은 것. '더 이상은 늦출 수 없다'는 조바심 때문이다.

"대구패션협회는 친목모임에 불과하지만 대구경북패션사업협동조합은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의거해 여러 가지 사업에 참여할 수 있고 지원을 받을 수도 있어요. 그게 큰 차이점이죠."

사실 대구중앙패션사업협동조합이 있었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해체되고, 2008년 협회가 만들어졌다. 이번 대구경북패션사업협동조합에는 패션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액세서리, 구두, 아웃도어 업체, 신진 디자이너 등 광범위한 업체들을 영입했다. 패션의 개념이 '멀티'(Multi)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구 패션에 대해 "대구 디자인이 너무 엘레강스한 부인복 쪽으로 치우쳐져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가 화섬의 도시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서 이렇다 할 아웃도어 브랜드가 없었던 것은 부끄러운 일이에요. 지금 아웃도어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는데 말이죠. 대구의 경쟁력 있는 섬유를 활용한 패션 브랜드가 아쉽죠."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패션계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했다. 지금은 디자인이 50, 60대 부인복에 치우쳐져 있는 것뿐만 아니라 생산 시설 자체가 부족하다.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이 50대 이상이고, 시설 인프라도 노후화됐다. 캐주얼 브랜드 의류를 대량 주문받는다 해도 이를 받쳐줄 생산시설이 부족하다는 것. 디자이너들이 대구를 자꾸 떠나는 것도 문제다.

지역적 폐쇄성이 대구의 패션 발전에도 방해가 됐던 요소라고 비판했다.

"지금 대구 패션계는 벼랑 끝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계적인 SPA 브랜드인 자라, 망고 등이 거리를 휩쓸고, 대기업들은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대기업 브랜드들은 한 번 오픈하면 전국 수십 개 백화점에 매장을 냅니다. 반면 지역 브랜드들은 점차 백화점에서도 소외되고 있어요. 패션도 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대구에서 패션의 희망은 없는 걸까. 김 이사장은 대구에는 숨어 있는 실력자들이 의외로 많다고 전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해외 시장을 직접 노크하고 있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로드숍 하나로도 내공을 쌓아온 디자이너가 있다. 이들을 적극 발굴해서 조금만 기회를 준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게 김 이사장의 판단이다.

그는 모든 패션인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혼자 독식하는 시대는 끝났다. 함께 성장해야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이런 브랜드들이 하나 둘 많아져야 다 함께 클 수 있다는 게 김 이사장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패션계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 신선한 발상이다.

이를 위해 8월 20일경 중국 바이어를 초청해 상품 수주전을 열 계획이다. 지역에서 원하는 업체는 누구라도 참가해 중국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김 이사장의 업체 메지스 역시 많은 돈을 투자해 중국이 원하는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할 생각이다.

"스페인의 자라, 스웨덴의 망고 같은 브랜드가 그 나라에 주는 경제적 효과는 어마어마합니다. 이처럼 대구도 패션을 살린다면 얼마든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겁니다. 바야흐로 패션의 시대가 온 만큼, 이 기회를 모든 패션인들이 힘을 모아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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