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단체장 치적 홍보용 국제행사는 이제 그만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각종 국제행사가 '적자 덩어리'로 전락하고 있다. 수입과 지출에 대한 정확한 진단 등 사업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거나 단체장의 치적 홍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사업성을 부풀린 결과다. 2008년 이후 3년 동안 10억 원 이상 국비가 지원된 지자체 국제행사 28개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이 같은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감사 결과 총 사업비는 1조 676억 원이 투입됐으나 수입금은 1천918억 원에 불과해 무려 8천758억 원의 적자를 냈다. 민간기업 같으면 여러 번 망하고도 남을 일이다. 행사의 유치를 위해 계획 단계에서 투입 비용은 낮게 잡고 수익은 부풀리는 고질병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전남 영암에서 열리는 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의 경우 전라남도는 7년간 1천112억 원의 흑자가 날 것이라고 했으나 실제로는 4천855억 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진단됐다. 18억 원의 흑자를 냈다던 인천 세계도시축전도 실제로는 152억 원의 적자가 났다. 모두 투입 비용은 누락'축소하고 수익은 부풀린 결과다.

2009년의 울진 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도 외형적으로는 양호한 성적을 거둔 듯하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이 행사의 수익은 55억 4천만 원으로 계획(32억 원)보다 23억 4천만 원이 많았다. 흑자 행사인 것 같지만 투입 비용을 감안하면 그렇지도 않다. 총 투입 비용은 172억 원으로 계획(99억 원)보다 73억 원이 더 많았다. 단순 계산으로 172억 원을 투입해 55억 4천만 원의 수익이 났으니 116억 6천만 원의 적자가 난 셈이다.

게다가 내국인 참가자는 114만 5천여 명이나 되었지만 외국인은 5천53명으로 외국인 참가자 비율은 0.4%에 불과했다. 이는 감사 대상 28개 국제행사의 외국인 참가자 평균 비율(4.9%)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름만 국제행사였지 내국인만 들락거린 국내행사였던 것이다.

국제행사는 지자체 홍보나 지역의 수익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기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사업성 검토가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제행사는 단체장의 치적 홍보 수단밖에 안 된다. 그것은 지역 수익 증대는커녕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지방 재정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겉치레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자치행정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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