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등 중부 지역 집중호우로 손해보험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번 집중호우로 전국적으로 6천 대가 넘는 차량이 침수돼 피해보상액이 상당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손해보험사들은 생각보다 여유롭다는 게 업계의 귀띔이다. 이유인즉 보험사 대부분이 재보험에 가입한데다 재보험의 재보험을 가입한 곳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손보사들이 안전하게 보험영업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 아닌 '온고지신 전략'에 있다. 과거 사례를 거울삼아 미리 대비해뒀다는 뜻이다. 2002년과 2003년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간 태풍 '루사'와 '매미'는 좋은 교훈이 됐다.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2002년 태풍 '루사'로 800억원, 2003년 태풍 '매미'로 약 1천560억원(금융감독원 추정치) 손실을 낸 바 있다. 당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손보사들의 '보험 정신'이 올해 집중호우에 상대적 여유를 가져다준 것이다. 이 때문에 보험주 매수 적기를 여름철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국내 보험주가 과거 추세로 볼 때 계절적으로는 여름에 약세를 보여왔다는 게 주된 이유다.
그러나 더 큰 태풍이 몇 차례 닥친다면 안심할 수도 없다.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는 국내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집중호우 이전까지의 추세는 어땠을까. 지금까지의 실적을 보면 손보사들은 손해보험률이 급락의 호재까지 빨아들여 탄탄한 실적을 보였다. 손해보험 '톱5'인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LIG손보'메리츠화재의 4~6월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의 감소와 예정사입비 제한에 따른 사업비율 개선 등이 작용했기 때문.
문제는 향후 날씨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도 어김없이 태풍은 한반도를 지난다. 피해 정도에 따라 수혜주와 피해주가 생길 것이다. 과거 경험에 따르면 손보사주(株)는 재해 피해주는 분명했다. 2003년 태풍 매미가 지난 이후 복구 과정에서 건설과 시멘트, 철강업종은 강한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손실이 불가피한 손해보험, 유화, 조선업종은 시종 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이번 집중호우를 보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시간당 100㎜의 폭우는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임을 실감했을 것이다. 미리미리 준비해두지 않으면 한방에 날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지만 '유비무환'이라는 값진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손보사들은 웃게 될까, 울게 될까. '짧은 후유증' 이후에는 '장기적 수혜'가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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