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자신만의 휴가법 찾기

이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됐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다들 이번 여름휴가는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묻는 게 일종의 안부인사가 된 듯하다. 연중에 명절 연휴기간을 제외하고 마음먹고 장기간 쉬기가 힘든 우리들에게 휴가는 일종의 보너스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하지만 무작정 휴가를 떠났다가는 사람들로 붐비고 스트레스받고 오히려 더 힘들고 피곤해져서 돌아오기 십상이다. 휴가가 한 해의 절반을 지난 시점에서 후반전까지 지치지 않고 힘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재충전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휴가를 계획해야 할까?

현대 일상인들은 바쁜 하루하루 속에서 정신없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럴 때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달콤한 일이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휴가자의 80% 정도는 푹 쉬면서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휴가를 떠난다고 현실이 그렇게 계획대로 움직일 것인가?

예전에 나도 여름휴가를 간절히 고대하며 며칠이라도 병원을 떠날 수 있다는 자체가 휴가라는 개념으로 한껏 부푼 마음으로 휴가를 간 적이 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떠난 순간부터 고생만 하고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고, 스트레스를 받고 돌아온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휴가를 찾아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누군가 "이번 휴가는 프랑스 파리에서 책읽기로 정했어"라고 하자 친구가 "책 읽으려고 꼭 비싼 비행기 타고 파리까지 갈 이유가 있어?"라고 대꾸했다. 그랬더니 "파리와 연관되는 책을 꼭 파리에서 읽고 싶어"라고 답하더란다. 그는 휴가가 시작되자마자 배낭에 읽을 책을 꾸려서는 파리로 떠났다. 그날 읽을 책을 들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 온 파리의 뒷골목을 걸어다니다가 피곤하면 카페에서 쉬면서 책을 읽고 왔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무척 신선해 보였다.

파리가 너무 멀어 보이면 소박하게 산골 농가에서 풀을 베고 잡초를 뽑고 물을 주며 텃밭을 가꿔보는 농가체험은 어떨까? 직접 딴 옥수수를 쪄 먹으며 평상에서 빈둥빈둥거릴 수 있는 여유도 누려보고, 텃밭에서 채취한 먹을거리로 요리해 보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로 남을 것이다. 남루하며, 별것 아닌 곳, 가까운 자기 곁에서 자연에 취해보는 휴가, 늘 바쁜 일상에 쫓기듯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느릿느릿'이라는 처방전은 작지만 행복 가득한 활력을 제공해 줄 것이다. 이번 휴가를 통해 점점 깊어지는 여름더위 때문에 지친 심신의 피로를 풀고, 몸과 마음이 재충전되어서 다시 새로운 출발선상에 서는 기분을 누려보자.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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