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잘'했다는 평가

7월 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홍준표 대표최고위원은 내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위기감에서인지 청와대와 거리감을 두기 시작했다. 홍 대표는 같은 달 19일 한 강연에서 "대통령이 고생하는데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정치를 잘못하기 때문"이라고 해 청와대뿐만 아니라 여권 내부에서도 곤혹스러워했다.

홍 대표가 말한 의중이 '정치를 잘못해서'인지 '정치를 잘 못해서'인지 기사를 접하면서 설왕설래가 있었다.

'잘 못하다'와 '잘못하다'를 알아보기 전에 '잘'과 '못'에 대해 살펴보자.

'잘'은 옳고 바르게, 좋고 훌륭하게, 익숙하고 능란하게라는 의미의 부사이다. 여기에 '하다'가 따를 때 '잘 하다'와 '잘하다'로 띄어 쓸 때와 붙여 쓸 때가 있다. '잘 하다'로 띄어 쓸 때는 부사 '잘'이 동사 '하다'를 꾸미는 형태가 되어 바르고 정확하게 하다의 뜻을 지닌다. '잘하다'로 붙여 쓸 때는 하나의 단어로 일을 훌륭하게 하다, 능수능란하게 하다라는 뜻을 지닌다. "그는 말을 잘 한다."는 말을 바르고 정확하게 한다, "그는 일을 잘한다."는 일을 능수능란하게 한다는 뜻이지만 구분이 어려울 때도 생긴다.

'못'은 동사가 나타내는 동작을 할 수 없다거나 상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부정의 뜻을 나타내는 부사이다. '못' 뒤에 '하다'가 서술어로 올 때 하나의 합성어로 굳어져 변한 경우에는 붙여 쓰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띄어 쓴다. '술을 못하다'처럼 일정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할 능력이 없다라는 뜻을 지닐 때와 '음식 맛이 예전보다 못하다'처럼 비교 대상에 미치지 아니하다의 경우에는 합성어로서 붙여 쓴다. 그렇지만 '어제 병이 나서 일을 못 했다'처럼 단순히 동작을 할 수 없다는 부사의 뜻이 살아 있는 경우는 띄어 써야 한다. "나는 노래를 못한다."는 수준 이하의 노래, "나는 노래를 못 한다."는 사정으로 인해 노래 자체를 할 수가 없다라는 뜻이다.

'잘못'은 명사일 때 잘하지 못하여 그릇되게 한 일 또는 옳지 못하게 한 일, 부사일 때 틀리거나 그릇되게, 적당하지 아니하게, 깊이 생각하지 아니하고의 뜻을 지닌다. "모두가 제 잘못입니다." "웃어른께 잘못 행동하면 안 된다."로 활용한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잘못하다'는 틀리거나 그릇되게 하다, '잘 못하다'는 익숙하고 능란하지 못하다의 뜻이다. "나는 노래를 잘 못한다."는 노래를 훌륭하게 부르지를 못한다, "나는 노래를 잘못한다."는 노래를 틀리게 한다로 구분하면 된다.

현 이명박 정부가 2013년 2월 25일까지 남은 임기 동안 '잘 못' '잘못'의 부정적인 내용보다 '잘'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정치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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