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성사진관-대구 30
-상희구
여섯 살쯤 된 사내아이가 큼지막한 사진 한 장을 들고
난리를 친다
-엄마아, 이거는 누부야 얼굴이 아니다 카이
-아이고 이노무 자석이 와 이카노
부엌일을 하던 엄마는 종내 부지깽이를 내려놓고는
손아래 시누에게 푸념을 늘어놓는다
-아이구 우짜꼬, 사진일랑 고마, 아무데서나 찍을꺼로,
얼굴로 너무 뺀지리하게 맨들어 났구마는,
저너무 자석이 나죙에 머라 안카까, 우쨌던지 쟈가
시집 가서 잘 살아야 될 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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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없이 이 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면 당신은 대구 사람임에 틀림없다. 이 시인은 더욱 대구 사람이다. 그가 출향한 지 50여 년, 그럼에도 대구에 대한 정을 잊지 못해 그간 간직하고 있던 대구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4월부터 한 문예지에 연재하는 '대구大邱'는 어느 누구도 수집하지 못한 숨어 있는 귀중한 이야기를 엮고 있어 역사, 지리, 문화의 박물지에 충분히 값한다.
위 시는 연재 중인 '모어母語로 읽는 연작 장시' 중 그 어느 한 편이다. 살아있는 입말과 사투리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시속이 실감나게 그립다. 그 시절에 우리가 어렸거나 태어나지 않았다 해도 삽화 같은 이런 이야기를 기록하는 노고는 의미있다.
나도 한창시절, 명성사진관에서 사진 찍었다. 그 사진으로 선보고 그 사진 때문에 인연이 생길 뻔도 했다. 위의 시처럼 실물보다 더 '뺀지리' 하게 만들어 놓아 좋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했다. 나중에 알면 신랑 될 사람이 뭐라 안할지 염려하는 그 시절 그 모습이 참 순박하고 정겹다. 요즘처럼 포토샵에서 더하고 빼고 줄이고 늘여서 '뽀샤시'한 연예인 수준으로 탈바꿈해야 족하는 세태에 비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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