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시간당 50mm 비 와도 잠긴다

하수관·배수 펌프장 등 무용지물…기상이변 방재대책 세워야

대구지역의 지방하천인 범어천에 서울과 경기 등지에 기록했던 시간당 강우량 100㎜ 이상의 물폭탄이 터지면 큰 재난이 발생할 수 있어 주변 주택가 주민들은 비만 오면 걱정이 태산이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지역의 지방하천인 범어천에 서울과 경기 등지에 기록했던 시간당 강우량 100㎜ 이상의 물폭탄이 터지면 큰 재난이 발생할 수 있어 주변 주택가 주민들은 비만 오면 걱정이 태산이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 시간당 100㎜에 이르는 기습폭우가 잦아지면서 대구지역도 치수'방지 대책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서울과 경기, 강원 등지에 6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곳곳에 산사태가 나는 등 큰 피해를 냈고, 일부 지역은 시간당 100㎜의 물폭탄이 터지면서 피해를 가중시켰다.

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장은 "현재 제주도 해안가와 남해안 일부 지역에 아열대 기후가 나타나고 있고, 이 같은 현상이 점점 북쪽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전국 어느 지역도 시간당 100㎜ 폭우에 안전한 지역은 없다"고 말했다.

◆대구경북도 기습폭우 잦아져=대구경북도 최근 들어 시간당 50㎜ 가까운 비가 쏟아지는 등 과거와 강수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대구 서구는 지난달 9일 오전 6시부터 한 시간 동안 35㎜가 내렸고, 동구는 10일 오전 5~6시 29.5㎜가 내렸다. 이 지역은 지난달 9,10일 동안 300㎜ 가까운 비가 내렸다.

하지만 대구의 하수관과 지방하천, 배수펌프장 등 치수'방재시설은 용량 부족으로 시간당 100㎜ 폭우가 내리면 무용지물이 된다.

하수관은 시간당 47.4~77.7㎜까지만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간당 50㎜의 비도 소화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대구 수성구 29㎜, 팔공산 39㎜가 내리면서 범어네거리와 중동네거리 등 도심 일부 도로에 물이 차올라 극심한 교통 혼잡을 빚었다.

지방하천도 기습폭우가 내릴 경우 범람가능성이 크다. 대구시는 신천, 팔거천, 동화천 등 대구 도심을 관통하는 지방하천 26개는 시간당 80㎜의 폭우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돼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범어천, 달서천, 대명천, 방촌천, 진천천 등 복개된 지방하천은 집중호우만 내리면 '시한폭탄'과 같다고 분석했다. 복개된 탓에 퇴적물과 부유물을 제거할 수 없어 수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

월성배수펌프장, 봉무배수펌프장 등 시내 곳곳에 있는 13곳의 배수펌프장도 문제다. 시는 시간당 70~77㎜에도 견딜 수 있는 용량으로 설계됐다지만 지난해 두 차례 물난리를 겪은 북구 노곡동 배수펌프장처럼 한꺼번에 상류에서 물이 쏟아지면 감당할 수 없는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대책은 없나=지홍기 영남대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서울 정도의 비가 내리면 대구도 취약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며 "특히 복개천은 감시할 수 없어 집중호우가 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중호우에도 견딜 수 있는 관로를 추가로 설치하거나 확대하고 기존 관로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 교수는 "복개천을 원상태로 회복시키고, 하수관에 대해서도 시설개선 작업과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하철 역사와 빌등 등에 역류된 물의 유입을 차단하는 이동식 물막이 설치 의무화와 상습침수지역의 다세대주택에 1층 바닥을 침수위 이상으로 설계하는 소위 '필로티'(Piotis) 건축물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기개발연구원 환경정책연구부 강상준 연구위원은 "현행 대책으로는 도시홍수를 방지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시설관리 같은 구조적 대책과 함께 토지이용계획 등 보다 포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2003년 태풍 '매미' 때 큰 피해를 당한 후 홍수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며 "소방방재청이 시설물에 대한 통일된 방재 기준을 마련하고 있어서 그 결과가 나오는 대로 새로 진단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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