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는 마음이 있소. 산사나이의 보금자리. 너 없이 못사는 사람은요 산사나이 뿐이라오/어떤 바보가 산사나이를 미친 놈이라 욕을 했소. 그러나 산사나이는요 웃으며 산에 가오/산사나이여 홀리지 마오. 아가씨들의 유혹에요. 아가씨들의 마음은요 산 날씨와도 같소이다.'
산악인들이라면 한 번쯤 불러보았을 법한 노래 '산사나이의 마음'이다. 잊혀져 가는 산노래를 찾아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 전파하는 대구의 산사나이 조일민(50) 씨. 10년 가까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동네마다 구전돼 온 산노래를 집대성하는 일에 인생을 걸었다.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산노래 가사와 악보 수집에 나선 그는 100여 곡을 모아 악보도 붙이고 있다.
"산노래에는 산에 대한 정취, 감상, 동경, 갈채 그리고 산악인들의 애환이 녹아있습니다. 산을 오르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힘도 절로 솟아나 동료들끼리 끈끈한 정이 생기게 되죠."
그가 직접 작곡한 산노래만 13곡. '백두대간의 노래', '산은 산 물은 물', '산은' 등이 있다. 단체 산악회가와 산악교가도 10곡이나 작곡했다. '아득가', '설악가', '숨은벽 찬가' 등 80여 곡은 기존 가사에 직접 노래를 제작해 올린 산노래다. 또 산노래 CD 수천 장을 만들어 배포했고, 산노래 DVD 2종도 개발해 보급에 나서고 있다. 그가 제작한 산노래는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 '위드마운틴'과 대한산악연맹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고교 학창시절인 1978년 대구고 산악부에서 산노래를 처음 접했습니다. 선배 산악인들과 함께 팔공산에서 혹독한 야간산행 훈련을 할 때 였습니다. 가사와 멜로디가 얼마나 가슴을 파고들던지…. 고교 시절의 추억과 낭만을 되살리고 산노래의 명맥을 잇기 위해 이 일에 나섰습니다."
검찰직 공무원을 그만둔 그는 혼자 자비를 들여 산노래와 영상을 제작했다고 한다. 번듯한 시설이나 스튜디오도 없는 허름한 공간에서 사계절 경치가 담긴 현수막만 달랑 걸어놓은 채 백열등 조명을 비추며 캠코더로 녹화해 제작했던 것.
"처음에는 선'후배와 인터넷을 통해 산노래를 채집했는 데 같은 노래라도 제목, 곡조, 가사가 다른 경우도 많았죠. 그럴 때마다 직접 작사'작곡한 사람을 찾아 원곡을 확인하기도 했죠. 5년 정도 지나니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히더군요."
산노래는 대부분 군가, 팝송, 일본 가요를 개사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산사나이의 마음'도 사실은 일본노래를 번안한 것인데 오랫동안 우리말로 불리면서 산악인들의 마음을 대변해왔기 때문에 지금도 산노래로 사랑받고 있다고 전했다. 산노래에는 산악인들에 대한 추모 노래도 많다. '마나슬루조가', '악우가', '저 높은 산', '외로운 산사랑' 등이다. '마나슬루조가'는 한국 산악사의 최대 조난사고로 기억되는 히말라야 마나슬루 등반 때 목숨을 잃은 악우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 탄생됐다는 것.
그는 산노래를 보급하는 공연과 강습이라면 전국 어디든 달려간다. 대통령기 등산대회를 비롯해 대구 60㎞ 극복 등행대회, 팔공산악제, 문경 산악축전, 부산 금정산악제, 제천 산악영화제 등 지금껏 100차례가 넘는다.
"2009년 내장산에서 열린 대통령기 등산대회에 산노래 공연을 갔어요. 우연하게도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이었고 전국 산악인 1천여 명 앞에서 산노래를 불렀는데 가슴이 정말 찡하더군요. 충북 제천 산악연맹의 초청으로 단독 산노래 무대공연을 펼쳤는데 폭우 속에서도 산악인 500여 명이 꼼짝 않고 열광하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대구경북은 대한산악연맹의 태동에 토양적 역할을 한 곳. 그는 이곳 팔공산에서 산노래축제를 여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다. 전국적으로 등산 애호가만 2천만 명에 이르고, 산노래축제가 전혀 없기 때문에 대구를 산노래축제의 메카로 만들면 멋진 축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당신도 산사람이라면 산노래 한 곡쯤 알고 있으세요? 산 정상만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보다는 쉬엄쉬엄 걸으며 산노래를 흥얼거리면 산을 찾는 의미가 한층 재미있을 겁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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