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慶北雄魂 揚輝萬邦'(경북웅혼 양휘만방:경북의 웅대한 혼을 세계만방에 드날려 빛낸다).
경상북도가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 펼치고 있는 '해외동포 정체성 찾아주기 사업'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경북도는 인문사회연구소와 함께 지난달 13, 15일 두 차례에 걸쳐 러시아 사할린과 중국 흑룡강에서 '문화교류한마당'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는 망향의 설움을 간직한 러시아 및 중국 동북 3성의 동포들을 위로하고, 문화적 소통을 통해 '경북의 혼'을 공감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중국 길림성 아리디촌에 이어 두 번째 마련된 것이다.
◆러시아 사할린 한인 대부분 경상도 출신
지난달 13일 오후 러시아 사할린주 유즈노사할린스크시 사할린한인문화회관.
'경상북도-사할린 문화교류한마당' 행사가 열리기 전 회관 앞마당에서 한인 1, 2세 어른들과 함께 온 한인 3, 4세 어린이들이 투호던지기와 윷놀이, 제기차기, 고무줄놀이, 팽이치기 등 한국 전통놀이 체험을 즐기고 있었다. 어린이들은 경북도 방문단과 어울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연방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경북도립국악단 김효주 씨의 '살풀이' 민속무용으로 '경상북도-사할린 문화교류한마당' 행사가 시작됐다. 한인동포 200여 명이 숨죽여 무대를 지켜봤다. 고향을 떠나 척박한 이국에서 외롭고 고통스러운 과거를 살아온 현지 동포들의 한을 풀어주고픈 공연자의 마음이 동포들의 심금을 울리는 듯했다.
김현학 씨의 대금독주와 사할린한인협회 여성중창단의 중창공연, 채혜영 씨의 피리독주, 사할린 에트노스예술학교의 전통춤 공연이 이어졌고, 연주가 끝날 때마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군위가 고향이라는 장차분(76'여) 씨는 "어릴 때 들었던 민요가락을 들으니 고향 생각이 났다"면서 "고향인 경북도에서 우리를 잊지 않고 찾아줘서 너무 고맙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경북도에 따르면 러시아 사할린의 한인동포 수는 2007년 말 현재 3만1천600명에 달한다. 이들의 상당수가 대구경북 등 경상도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1945년까지 비공식적으로 15만 명이 사할린 탄광으로 모집 또는 강제징용됐다. 이들과 가족들은 종전 이후에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망향의 삶을 살아왔다.
박해룡 러시아 사할린주 한인회장은 "러시아와 경상도 간 경제문화교류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 경상도 마을 300여 개
이틀 뒤인 15일 중국 흑룡강성 하얼빈시 홍신촌. 마을 어르신들이 경북도 방문단을 반갑게 맞으며, 문화교류한마당 행사 준비에 팔을 걷어붙였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의자를 놓고 무대를 설치하면서 힘든 줄을 몰랐다. 아들'딸'손자'손녀 같은 경북도 방문단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경북도의 문화교류한마당 행사가 시작되자, 온 마을이 흥겨운 우리 가락으로 가득 찼다.
도립국악단 김효주 씨는 태평성대를 축원하는 '태평무'로 화려하면서도 가볍고 절도 있는 춤사위를 선보였으며, 김현학'안정은'채혜영 씨는 각각 대금, 가야금, 피리 독주를 선보이며 어르신들의 심금을 울렸다.
도립국악단 공연에 이어 홍신촌 부녀회 회원들이 고운 춤사위를 선보이며 화답했으며, 도립국악단 박남주 씨의 민요가락으로 분위기가 고조됐다. 어르신들은 자리를 박차고 무대로 나와 다 함께 얼싸안고 흥겨움과 반가움을 나타냈다.
고향이 청도라는 김종세(72) 씨는 "한시라도 고향인 청도를 잊은 적이 없다"면서 "문화교류행사가 지속적으로 열려 전통 춤과 공연을 자주 봤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중국에는 경상도의 말과 생활풍습을 지키며 살아온 경상도 마을이 300여 곳이나 있다. 일제강점기하에 농지 확보와 독립운동 등을 위해 조선반도에서 중국으로 집단이주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현재 요녕성, 길림성, 흑룡강성 등 동북 3성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중국 내 전체 조선족 190여만 명 중 경상도인은 40여만 명으로 추산된다.
손영자 홍신촌 서기는 "홍신촌은 흑룡강성을 대표하는 경상도마을"이라면서 "중국의 경상도 마을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경북도 해외동포 정체성 찾아주기
경상북도는 러시아 및 중국 경상도 마을과 경제문화교류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국가가 아닌 지자체가 국제적 교류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북도는 러시아 및 중국 동북3성과 경제문화교류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잊혀 가는 역사를 기록'관리하고 있다.
경북도와 인문사회연구소는 러시아와 중국 내 이주 1세대가 사라지는 10년 후를 대비해 역사를 기록하고 민족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오는 10월 스토리북을 출간하고 콘텐츠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또 러시아와 중국 거주 경상도 출신 동포를 초청해 경북지역 고택체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경북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해 애향심을 통해 민족정체성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경북도 김병삼 국제통상과장은 "러시아, 중국 동포의 민족정체성을 바탕으로 경제문화교류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중국 경상도 마을에 경상도 센터인 '신라방'을 설립하고, 러시아 영주 귀국자를 위해 경북지역에 공동체 마을을 짓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유즈노사할린스크'중국 하얼빈에서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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