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 한푼 안들이고 남의 회사 접수 수백억 '꿀꺽'

기업사냥꾼 등 27명 적발

건실한 기업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인수해 회사돈 수백억원을 빼돌리고 주가조작을 한 기업사냥꾼과 사채업자, 주가조작세력 등 수십 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3일 사채로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에 입주한 디지털도어록 업체와 계열사를 인수한 뒤 유상증자와 주가조작 등으로 회사돈을 횡령하거나 고리의 사채 이자를 받은 혐의로 전'현직 임원과 주가조작세력, 사채업자 등 13명을 구속기소하고, 같은 혐의로 14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또 실질적인 사주인 N(43) 씨와 주가조작사범 K(33) 씨 등 3명을 수배하고, 불법 사채업자들이 떼먹은 세금 45억원을 추징하도록 국세청에 통보했다.

연 매출 350억원, 연간 35억원의 흑자를 내던 탄탄한 업체가 기업사냥꾼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건 지난 2006년 5월. N씨는 코스피 상장기업인 이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차린 뒤 사채업자에게서 빌린 60여억원으로 이 업체와 계열사의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당시 A업체의 연 매출은 350억원, B업체는 120억원에 이르렀다.

이들 회사를 인수한 N씨는 지난해 3월까지 4년여에 걸쳐 시설운영 자금 등을 이유로 유상증자를 하고, 매출 자금을 끌어들이는 등의 수법을 동원해 150억원을 횡령했다. 사채업자 4명도 기업 인수 자금을 빌려준 뒤 120억원에 이르는 이자를 받아냈다.

회사돈을 빼돌리는 데는 전직 임원들이 깊숙이 간여했다. 전 대표이사 C(43) 씨 등 전직 임원 7명은 회사 부동산 매각대금 등 20억원을 가로챘다.

2009년 7월 실시한 유상증자에는 주가 조작 세력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N씨의 부탁을 받은 J(34) 씨 등 5명은 회사돈 26억원을 이용해 주가를 3배 이상 끌어올린 뒤 처분해 거액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 8천 명이 큰 손실을 봤다. 주가조작 사실을 알게 된 Y(61) 씨 등 2명은 주가조작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1억5천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범행에 회사 노조위원장도 가담했다. 2006년 6월 회사 자금 횡령 의혹을 제기하며 노조원들이 반발하자 N씨에게서 3억원을 받고 쟁의 행위를 중단하고 노조를 해산하는 상식 밖의 행동을 저질렀다. 또한 세무서장 출신 세무사 L(60) 씨는 이 업체가 2008년 11월과 2010년 3월 세무조사를 받게 되자 조사를 무마해주겠다며 1억원을 받아냈다. 대출브로커 P(43) 씨는 담보가치가 적은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은행에서 20억원을 대출받도록 알선한 뒤 1억원을 받아챙겼다. 결국 흑자를 내던 이 업체는 지난해 5월 부도를 냈다.

부도 이후에도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사채업자들은 흑자가 나는 계열사만 인수했다. 상당수 직원들은 해고됐지만 일부 직원들은 "조용히 있으면 그대로 채용하겠다"는 사채업자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검찰 관계자는 "N씨뿐만 아니라 전 사주들도 회사돈을 빼돌린 기업사냥꾼들이었다"며 "이득은 챙기고 사채로 인한 부채는 회사 앞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곶감 빼먹듯 회사돈을 빼돌려 건실한 기업을 망쳐 놓았다"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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