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대구시 동구 신천동 한 빌딩 3층 모 방문판매업체의 사업설명회장. 문을 들어서자'하루 500만원, 월 1억5천만원 수익 보장'이라고 벽에 붙은 문구가 눈에 띄었다. 99m²(30평)남짓한 공간에 모여든 참가자 10여 명 중에서 대학생 A씨를 비롯해 20대로 보이는 이들도 서너 명 있었다. 대형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던 홍보영상이 멈추자 센터장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단상에 올랐다. "우리는 피라미드형 불법 다단계가 아니라 '신개념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입니다. 대출받은 등록금을 당장 갚을 수 있고 머지않아 이건희, 빌 게이츠 같은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불법 다단계가 청년실업으로 시름에 빠진 대학생들을 끌어들이는 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취업 벽에 부닥친 대학생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수익에 목을 매며 다단계에 빠져들고 있다.
다단계업체 관계자들은 적은 투자금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다며 학생들을 유혹했다. 이곳 관계자는 대학생 A씨에게 "77만원을 내고 제품을 구입하면 다음달에 250만원을 통장에 넣어준다"고 현혹했다. A씨가 "77만원은 너무 부담스럽다"며 고개를 흔들자 "7만7천원 제품부터 구입이 가능하니 천천히 생각해보라"며 끈질기게 제품 구입을 권유했다.
대학생들이 이처럼 쉽게 다단계의 늪에 빠져드는 것은 당장 눈앞에 닥친 진로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대구시내 지하상가에서 '헌팅'을 나온 다단계업체 직원들에게 잡힌 적이 있다는 대학생 장 모(23) 씨는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돈 벌고 싶지 않아요?'라며 부드러운 말투로 접근했다. 따라가보니 업체 간판 대신 '임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어 낌새를 알아채고 도망쳤다"며 "대학 졸업반이라 진로를 고민하다가 마음이 흔들렸다"고 털어놨다.
경찰도 불법 다단계 업체 적발에 힘쓰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대구경찰청은 지난해 20개 불법 다단계 업체를 적발해 업주 등 관계자 59명을 잡아들였다. 올해에도 6월 말 기준으로 3개 업체를 적발해 19명을 잡아들였다.
경찰 관계자들은 집중 단속을 펴도 불법 다단계는 좀처럼 숙지지 않는다고 했다. 단속에 나섰던 한 경찰 관계자는 "붙잡히더라도 가벼운 벌금형을 받고 풀려난 업주들이 다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며 "좀 더 강력하게 처벌을 하지 않으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불법 다단계 피해를 최소화 하려면 소비자들이 꼼꼼하게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정식 다단계 업체는 소비자 피해보상을 위해 의무적으로 '직접판매공제조합'에 가입돼 있다. 공제조합 웹사이트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반면 불법 다단계 업체는 공제조합에 가입돼 있지 않고, 제품구매나 합숙을 강요하고 제품 반품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
직접판매공제조합 관계자는 ""터무니없이 높은 수익을 제공한다고 설명하는 업체는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 정식 등록한 다단계 업체는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72개로 대구지역에는 1개 업체가 등록돼 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한덕수 탄핵소추안 항의하는 與, 미소짓는 이재명…"역사적 한 장면"
불공정 자백 선관위, 부정선거 의혹 자폭? [석민의News픽]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제2의 IMF 우려"
계엄 당일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복면 씌워 벙커로"
무릎 꿇은 이재명, 유가족 만나 "할 수 있는 최선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