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다. 대부분 소나무로 만든 집에서 살았고 새 생명이 태어나면 솔가지를 매단 금줄을 쳤다. 솔잎으로 송편을 빚어먹고 차를 달여 마셨으며,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소나무처럼 푸르고 곧게 살아왔다.
산림청에서 지난해 3월 조사한 결과 국민 10명 가운데 6, 7명이 소나무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최근 들어서는 대형 아파트 단지의 조경수로 선호도가 매우 높다. 수령이 높고 수형이 독특한 명품 소나무는 한 그루에 1억원이 넘을 정도로 한국인의 소나무 사랑은 각별하다.
이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치는 소나무가 있다. 바로 영남지역의 자랑인 '금강(金剛)소나무'다. 금강산 줄기에서 태백산맥을 따라 울진'봉화군 일대의 백두대간에 주로 분포하는 금강소나무는 줄기가 수직으로 곧고, 마디가 길며 일반 소나무에 비해 나이테가 3배나 촘촘해 뒤틀림이 적고 쉽게 썩지 않아 문화재를 복원하는 데 쓰일 만큼 탁월한 목재 자원이다.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지키기 위한 첫 발걸음, 생태경영림과 100명 제한 탐방
남부지방산림청 관내 금강소나무 숲 면적은 약 6만1천여㏊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약 73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하지만 지금의 금강소나무 숲은 대부분 40년 이상의 장령목과 100년 이상의 노령목으로 지속가능한 금강소나무 경영에 필수적인 어린나무가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낙엽층이 두꺼워 썩지 않고 계속 쌓여 있어 스스로 종자 발아가 안 돼 100년 후에는 금강소나무 대(代)가 끊어질 수 있는 위기상황이다.
이처럼 위기에 처한 금강소나무를 지키기 위해 남부지방산림청에서는 2007년부터 민'관'학이 공동참여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울진, 봉화, 영양 지역 금강소나무 군락지 3개소 7천892㏊를 시범 생태경영림으로 지정, 체계적으로 관리해 오고 있다.
시범지역 3개소는 생태경영에 중점을 둔 어린나무숲 육성과 함께 가지치기, 불량목 솎아베기 등 집중적인 숲가꾸기를 통해 건강한 숲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계곡을 중심으로 물고기 보, 새집 등을 설치하고 갯버들, 클로버, 열매식물을 식재해 먹이사슬 복원에도 힘쓰고 있다.
이와 함께 쭉쭉 뻗은 금강소나무 군락지 사이로 조성된 생태탐방로 곳곳에는 숲 해설가가 배치돼 자연이 주는 녹색향연을 감칠맛 나게 전달해주고 있다. 유'초등학생 대상의 숲속체험교실 등 산림자원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산림문화 체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남성현 남부지방산림청장은 "생태경영림 가운데 금강소나무 숲길과 맞닿아 있는 울진 소광리의 경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원칙적으로 출입이 통제돼 왔다"며 "하지만 국민들에게 금강소나무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휴양문화 수요를 감안해 부분 개방하고 있다. 사전예약한 사람에 한해 일일 100명만 탐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보전적 활용으로 생태관광의 새로운 지평을 연 금강소나무 숲길
영남지역의 금강소나무 군락지 가운데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바로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길이다. 이 숲길은 옛 보부상들이 울진 앞바다에서 생산된 해산물, 소금 등을 지게에 이고 봉화'안동 등 내륙지역까지 나르던 애환이 묻혀 있는 길이다.
남부지방산림청에서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주변 불영계곡, 왕피천, 통고산 지역의 우수한 산림자원과 연계해 4개 구간 총 70㎞ 숲길을 만들 계획이다. 현재는 1구간(두천리~소광2리) 13.5㎞를 숲 해설가가 동행해 '일일 80명 인터넷 예약탐방 가이드제'로 운영하고 있다.
금강소나무 숲길은 무엇보다 걷기 열풍에 따라 전국적으로 조성된 둘레길, 올레길 등과 달리 '남부지방산림청-NGO-지역주민들'이 뜻을 모아 탐방 인원을 제한해 산림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지역주민들을 숲 해설가로 채용하고 도시락, 민박을 마을 자체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어 '지역 산림자원의 보전적 활용'이라는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숲길 탐방 예약 문의:(사)울진숲길 054)781-7118 www.uljintrail.or.kr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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