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섬유·백화점 자리 자동차가 꿰찼다

대구 10대 기업, 10년 전과 지금 비교하니…

'권불십년'이라는 말은 기업에서도 통했다.

지난 10년간 대구경북 상장사 중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기업 중 7곳이 자리를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위권 업체의 가장 큰 변화는 섬유와 건설업체들의 이름이 사라진 자리를 대구경북의 신성장 업종으로 부각하고 있는 자동차, 기계 업종이 대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전국적으로도 비슷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100대 기업 변천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중 41개가 지난 10년(2000~2010년) 동안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 상장사들의 흥망성쇠

지난 2002년 이후 대구경북 상장사의 시가 총액 순위를 살펴본 결과 상위 3개 업체는 변함없는 모습을 보인 반면 4위부터 10위까지는 부침이 심했다.

지역 내 상장사 중 시가총액 1위는 포스코, 2위는 제일모직, 3위는 DGB 금융지주(대구은행)였다. 이들 업체는 10년 전과 현재 순위 변함이 없는 상태로 시가총액은 포스코가 41조1천억원, 제일모직이 6조1천억원, DGB 금융지주가 2조2천500억원이었다.

반면, 4위권부터는 순위 변화가 심했다.

지난 2002년 4위 업체는 전기초자, 5위는 갑을, 6위는 새한이었고 대구백화점과 포항강판, 남선알미늄, 우방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2011년 현재 4위는 에스엘, 5위는 화신, 6위는 웅진케미칼이며 세아특수강과 삼원강재, 삼익 THK, 코오롱 플라스틱이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10년 사이 시가 총액 10위권 기업 중 7곳의 명함이 바뀐 셈이다. 10년 전 상위 업체 중 갑을과 새한은 부도가 났으며 우방은 2차례 법정 관리를 거치며 최근 회생에는 성공했지만 상장은 폐지됐다.

현재 10위권 업체 중 에스엘과 화신은 자동차 부품업체, 삼익 THK는 기계업체다. 에스엘은 시가 총액 10위권에 처음 진입한 2004년 총액이 1천여억원에 그쳤지만 현재 8천억원으로 몸집이 성장했고 화신의 시가총액은 6천580억원에 이른다. 이들 업체는 최근 지속되고 있는 자동차 산업 호황의 영향으로 시가 총액이 급성장했다.

대구백화점은 지난 2009년까지 10위 업체에 이름을 올렸지만 타 업체의 성장세에 묻혀 10위권 밖으로 순위가 밀려났고 화성산업은 2006년부터 3년간 10위권에 속했다.

전국 기업들의 시가총액 순위도 크게 변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 10년 사이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중 41%가 바뀌었고 30년 동안에는 73%가 교체됐다.

주도업종도 크게 달라졌다. 1980년에는 건설(13개) 섬유(11개) 식품(8개) 금융(7개) 제약(6개) 분야가 두각을 나타낸 반면 2010년에는 금융(15개) 전자'통신(12개) 건설(7개) 조선(5개) 자동차(5개)로 재편됐다. 100년을 넘긴 장수기업은 두산그룹(115년) 동화약품(114년) 정도에 그쳤다.

◆대구상공회의소 상공의원 구성

시가 총액 상위 업체 변화는 대구상공회의소 상공의원들의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10여 년 전에는 섬유'건축 업종 대표들이 상공의원으로 대거 포진했다. 2000년 대구상공회의소 상공의원 60명의 업종을 살펴보면 21명이 섬유업종이었고 건설이 10명, 기계'금속은 8명에 불과했다.

현재는 상공의원 112명 중 기계'금속 28명, 섬유 17명, 유통 11명, 건설 7명, 전기전자 6명, 금융 3명, 전문'과학기술서비스 3명, 기타 37명 등으로 비율 면에서나 물리적 수치 면에서 섬유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장기 상공의원 수도 12명에 그쳤다.

2000년(16대 상공의원) 이후 지금도 상공의원으로 있는 기업인은 이인중-화성산업, 함정웅-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 정태일-한국OSG, 이충곤-에스엘, 김동구-금복주, 석정달-명진섬유, 구정모-대구백화점, 김상태-평화발레오, 한재권-서도산업, 채용희-내외건설, 손영대-삼양주유소, 홍종윤-비에스지 등이다.

대구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1970년대 이후 30년간 지역의 주력 산업이었던 섬유, 건설 업종의 세가 IMF와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크게 약화됐고 자동차 및 기계 관련 업종이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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