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도 물난리가 났다는데 비가 올 때마다 걱정됩니다."
기습적으로 폭우가 쏟아진 3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진밭골 입구. 소하천에는 불어난 흙탕물이 콸콸 쏟아져 내렸고 도로변 하수구에도 물이 넘쳤다.
진밭골 밑에 있는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2003년 태풍 '매미'가 대구를 덮쳤을 당시 겪었던 악몽이 떠오른다"고 했다. 당시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산에서 굵은 돌무더기가 쏟아져 주택가 골목과 도로를 가득 메웠고, 주택 1층이 물에 잠겼다. 용지봉과 맞닿은 이곳에는 4곳의 아파트 단지에 1천589가구가 있다.
인근 복명초등학교 주변 주택가 주민들도 불안하다. 8m 너비의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빌라 출입구와 야산이 마주보고 있는 이곳에도 급경사를 타고 내려온 빗물이 바로 골목으로 밀려들었다.
이 일대는 산림청이 분류한 산사태위험 1등급 지역. 대구시내에서 인구 밀집 지역과 접하고 있는 산사태위험지역은 이곳이 유일하다. 인근 아파트 주민 최모(45'여) 씨는"비가 오면 물과 토사가 흘러내릴까 걱정된다. 서울 강남 한복판인 우면산에서 큰 산사태가 났다는 소식에 매일 일기예보를 챙겨본다"고 걱정했다.
대구를 둘러싸고 있는 산지 중 절반 이상이 산사태 위험에 노출돼 있고 일부 지역은 인구 밀집 지역과 인접해 있어 위험지역 주민들은 체계적인 산사태 관리와 안전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각 구'군은 산사태 취약지구의 관리에 무관심하다. 산림청에 따르면 대구시내 산림 4만7천㏊ 중 산사태 발생 위험 1등급은 4천671㏊(9.9%), 2등급은 2만2천480㏊(47.8%)에 이른다. 대구시내 산림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인 57.7%가 산사태 발생 우려가 있는 곳으로 지정된 것.
위험지역은 인적이 없는 산림지대가 많지만 수성구 범물동과 욱수동, 달서구 도원동, 달성군 논공읍'옥포면'유가면 등 인구 밀집지역이나 인가와 접한 지역도 적잖다.
그러나 산사태 위험지역 지정 및 관리를 맡고 있는 각 구'군은 손을 놓다시피하고 있다. 재난관리지침에 따라 산사태 위험 여부를 판단하고 관리하는 구'군은 아예 없다. 단지 위험 예상지역을 찾아가 육안으로만 절개지 등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고작이다.
주민 대피 매뉴얼도 없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각 지자체장은 산림청 등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상시 계측 결과와 강수량, 비탈면 등의 상태를 고려해 주민 대피를 위한 관리 기준을 제정해야 한다.
시민 배태희(76'수성구 범물동) 씨는 "용지골, 욱수골은 수목이 울창하지만 실제 지반 상황이 어떤지는 눈으로 봐서 알 수 없다. 정밀 조사를 해서 위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산사태 위험지역 지정을 위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선례도 없어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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