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에게 검찰과 경찰은 그 자체로 힘 있는 기관이다. 서민들은 검찰과 경찰 발신인이 찍힌 우편물 하나만 날아와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법이다.
그런 두 기관이 연일 수사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한다. 솔직히 중재자가 나서지 않는 한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싸움이다. 유일한 중재자로 믿었던 청와대가 마침내 나서면서 다행히 갈등이 해결 국면에 접어드는가 싶었는데, 웬걸 어렵사리 마련한 조정안을 한쪽에서 휴지조각처럼 내팽개쳐 버리고 만다.
경찰들은 집단행동까지 나선다. 어찌 된 일인가. 청와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청와대의 조정력이 실종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 나오고 있다. 검찰'경찰뿐 아니라 장관들도 마찬가지다. 일반 의약품 슈퍼마켓 판매문제도 대통령의 지시에도 꿈쩍 않다가 거듭된 독촉에서야 뒤늦게 움직인다.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국방개혁도 좀처럼 걸림돌을 넘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다.
정치권은 한 술 더 뜬다. 사회 갈등의 중심에 있는 정책현안들에 대한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최종 결정권자인 청와대는 넋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대표적인 것이 반값 등록금 정책이다. 청와대와 협의도 없이 여당이 불쑥 정책을 내놓을 때까지 과연 무엇을 했나. '2014년까지 30% 인하'라는 여당 안 대로 하자면 당장 내 후년부터 3조원씩 쏟아부어야 한다. 그보다는 대학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방안부터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과감하게 요구하는 게 맞다. 그뿐 아니다. 여당은 소득세'법인세 감세를 들고나와 현 정부의 근간마저 흔들어 대고, 여기에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권주자들은 너도나도 정권 기조와는 거꾸로 가는 내용들 들고 나오면서 포퓰리즘에 가세하고 있다. 오죽하면 '야당과 합당 초읽기'라는 조롱마저 나오고 있을까.
물론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집권 말기에 흔히들 나타나는 레임덕 현상은 어느 나라 어느 정권이나 엇비슷하다. 미국에서도 클린턴 정부의 인기가 땅에 떨어진 후 부시 정권에서 ABC 즉 'Anything But Clinton'이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무조건 클린턴과 반대로만 하면 된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직 현 정부의 임기는 1년 반이나 남아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남은 기간 국정이 총체적인 난맥상을 맞으면서 결국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청와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당정 관계를 바로잡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야당과의 관계도 재정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에게 신뢰받는 청와대가 되어야 한다.
최근 이 대통령은 "몸을 던져 일하라"고 채근했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이자 최고의 해법임에 틀림없다. 노림수나 속임수나 무리수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때다. 몸을 던져 일하는 진정성이야말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4'27 재보선에서 진 여당이 중심을 잃은 채 좌충우돌하고 있다. 답답한 일이지만 정치권의 태생상 총선이 점점 가까워지는 현 상황에서 더욱이 표를 좇아 엉뚱한 좌표를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
최 중 근(구미 탑정형외과연합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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