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라고 할 수 있을지 조심스럽다. 그녀의 자신감은 차고 넘치지만 제대로 평가받은 적이 없다. 지난해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잠깐 얼굴을 비추긴 했으나 역할이나 연기적인 면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영화 '기생령'에서 그녀의 연기를 보면 혹평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또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첫발을 내딛는 마음을 안다면, 그녀의 역할을 향한 애정과 열정은 분명 연기자라고 할 수 있다.
그룹 '티아라'의 효민(22)은 스크린 데뷔작 '기생령' 개봉을 앞두고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어떤 자리에서도 자신감 넘치고 자기 할 말을 하는 그녀지만 조금은 달라 보였다. "이제 곧 평가를 받게 되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서 그래요."(웃음)
그녀는 "사실 처음 내 분량은 그냥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의 깜짝 출연이었다"며 "감독님과의 식사 자리에서 내가 생각한 부분이나 잘못된 점을 지적했다. 수정 대본이 나왔는데 내 역할이 세 배나 늘어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 영화로 데뷔하는 고석진 감독은 효민의 솔직함과 열정을 느꼈다. 효민은 고지식한 사람이 들으면 건방지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한 덕에 자신의 역할을 늘렸다. 극중 부모의 잔혹한 죽음을 목격한 소년 '빈'(이형석)을 돌보는 '서니'(한은정)의 동생 '유린'역이다. 영화는 한은정과 효민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과 충격적 진실을 담았다.
"유린이는 빈이랑 갈등을 심화시키며 일을 더 크게 만들어요. 언니의 사랑을 받던 아이인데 빈이에게 언니의 사랑을 빼앗기는 느낌인 거죠. 언니에게는 잘하는데 빈이나 형부에게는 예민한 양면성을 지닌 캐릭터랍니다."
효민은 차곡차곡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자신이 참여한 영화가 소리나 시각적으로만 무서운 게 아니라 사연도 많고 여러 회상의 기억 때문에 섬뜩할 것이라고 뿌듯해했다.
자신의 역할과 영화에 몰입한 그녀에게 '연기가 좋은지, 노래가 좋은지'를 물었다. 아직 첫걸음밖에 내딛지 못한 효민에게는 노래가 우선이다. 아직까지 무대 위에서의 '티아라' 활동이 즐겁다. 익숙하고 편한 무대기 때문이다.
"연기를 할 때는 많이 위축돼 있어요. 긴장하고 힘도 들어가고 아직까지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요. 물론 연기나 시선 면에서 어색한 부분도 많겠죠."(웃음)
그래도 자신이 잘할 수 있다고 믿는 이유는 팀 멤버들이 이미 걸어왔던 길이기 때문. 영화 '고사 두 번째 이야기:교생실습'과 '화이트:저주의 멜로디'에 출연한 같은 그룹의 지연과 은정의 도움이 컸다.
"격려나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야'라는 식은 아니고요. 제가 너무 걱정하고 있으니 은정 언니는 '너 이렇게 하면 못 살아. 그냥 그날 하루만 생각해. 그럼 편해져'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니깐 진짜 편하더라고요."
공교롭게도 세 사람 다 공포영화에 출연했다. '티아라'는 '공포영화 마니아'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을 정도다. 효민은 지연과 은정이 자신을 폐가로 데리고 갔다가 자신은 놔둔 채 도망을 갔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때의 무서운 감정이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애써 웃는다.
효민은 어머니, 아버지 세대가 있어 영화가 잘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티아라'의 새 노래 '롤리 폴리'로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활동을 앞두고 최근 그룹의 리더를 맡게 된 효민은 "이번 노래는 어린 친구들보다 아버지, 어머니들이 더 좋아하시는 것 같다"며 "촬영 현장에서도 촬영 감독님과 같은 나이 있으신 분들이 더 좋아하시더라"고 말했다.
'기생령'은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공포 요소 등이 수위가 높기 때문이다. 효민은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원래 감독님이 여성적인 매력이나 뭔가 시선을 끌 만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클럽에서 춤추는 신이라서 뭔가 과감하게 더 하려고 했는데 15세 관람가 등급을 맞추려고 못 했죠.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나올 줄 알았으면 더 하는 거였는데…. 저 성인된 지 좀 됐잖아요. 아까워요."
또 극중 샤워하는 신에서도 과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집에서는 편안하게 옷을 입고, 또 씻는 신에서는 수건만 걸치잖아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노출 부분에 대해서는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조심스러워하시더라고요. 저는 무대에서는 더 짧은 것도 입고 춤추고 노래했었는데…. 캐릭터가 돋보이면 조금 수위가 높아도 전혀 상관없어요."(웃음)
연기를 갈망하는 마음이 통했는지 MBC TV 드라마 '계백'에도 출연한다. 효민은 또 다른 기회가 주어졌다는 게 너무 행복할 뿐이다. "학교 다닐 때 국사를 제일 못했는데 도서관 가서 책도 찾아보고 위인전 등을 많이 읽었어요. 읽다 보니 너무 재밌어요."
아직 많은 연기 지도를 받지 못했다는 그녀. 주위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기도 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 "'아이돌이 연기 등용문이냐, 연기자에게 기회를 더 줘야 한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셔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저희도 똑같이, 아니 더 열심히 했어요. 연기도 그만큼 정말 열심히 할 테니 귀엽고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합니다."(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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