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재박의 작명탐구] 기업인 권원강

탁자 세 개의 통닭집 주인에서 프랜차이즈 CEO로

삼복 중 벌써 중복(中伏)이 지나갔다. 무더운 복날, 허해진 속을 다스리려면 뜨끈뜨끈한 삼계탕 한 그릇도 좋지만, 갓 배달 온 따끈한 치킨에 냉장고에서 막 꺼낸 시원한 맥주 한 잔 곁들이는 것은 어떨까. 고소한 튀김 냄새를 풍기는 바삭한 치킨을 한 입 뜯고, 머리가 찡해질 정도로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켜면, 그 순간만큼은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우리나라만큼 치킨업체가 많은 곳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전국의 치킨 전문점은 3만여 곳에 달하고, 닭고기 시장규모는 무려 5조원에 이르니, 대한민국은 '치킨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어느 동네를 가든 치킨집이 없는 곳이 없고, 해가 떨어지면 간판에 불을 밝힌 수많은 치킨집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치킨사업이 활발한 배경에는, '국민간식'이라는 치킨의 강력한 타이틀을 빼놓을 수 없다. 간식은 물론 한 끼 식사로도 적당하고,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올랐지만,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무엇보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누구나 좋아하니, 치킨은 한국인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영원한 국민간식인 것이다.

이렇듯 많은 사랑을 받는 치킨이다 보니,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된 독특한 치킨도 있다. 양념치킨과 간장소스치킨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느끼한 맛 없이 깔끔하고 짭짤한 간장소스치킨의 맛은 일품이다. 그런데 이 치킨이 탄생하기까지는 교촌치킨의 CEO인 권원강(61)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교촌F&B의 CEO 권원강은, 택시운전과 노점상 등 온갖 직업을 전전하다가 1991년 경북 구미에서 탁자 세 개의 작은 점포에 '교촌통닭'이라는 상호를 내걸고 치킨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1천여 개의 국내가맹점과 미국 등 해외에까지 점포를 열었으며, 연매출이 1천억원이 넘는 기업을 일으키기까지는 남다른 성공 비결이 있었다. 당시의 치킨 상호가 외래어 일색일 때 그는 '향교, 서당이 있는 마을'을 뜻하는 교촌을 택하여 우리에게 정서적으로 친근감을 주는 상호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성공비결은 외국브랜드의 치킨과 한판 붙자는 도전 정신으로, 새로운 맛을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한국인이 짠맛을 좋아한다는 것에 착안하여 마늘 즙과 간장을 사용한 소스와, 닭고기에 튀김옷을 얇게 입혀 튀겼을 때 보송보송하고 바삭한 맛을 내는 기술을 개발해 타 업소와 맛을 차별화했다. 많은 우여곡절과 실패를 겪으며 2년여의 고생 끝에 우리 입맛에 맞는 소스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도전적인 정신과 고집스러운 성격 때문이었다.

'권원강', 그의 이름은 고집쟁이의 이름이다. 식(食), 재(財), 관(官)으로 구성된 이름이다. 식신이 강하면 그 성격이 고집스럽고 재능이 뛰어나며, 한가지의 기술에 능한 장인(匠人)의 기질이 있다. 옛날에는 공무원 같은 관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최상의 직업이었으나, 현대에는 재물을 중요시하는 시대이니 식신이 앞서도 좋다. 또한 식신이 재성을 도와주고, 관성이 재성의 도움을 받으니 부지런하고 알뜰살뜰한 성격의 이름이 된다.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치킨사업에 뛰어들어 토종브랜드의 CEO가 된 것은, 그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매일 밤 기도하는 마음으로 닭요리를 연구했던, 그의 이름과 같은 성격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www.gilname.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