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랜만에 시험 감독관으로 차출이 되어 오전 8시부터 낮 12시까지 4시간 꼬박 노동을 하고 가욋돈으로 수당 4만원을 받았다. 좋은 기분으로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쳐다보는 집사람의 묘한 눈빛이 느껴지는 순간, 다짜고짜 하는 말. "오늘 수당 얼마 주던가요?" 묻는 의도가 조금 수상하다고 느끼면서 "그거 알아서 뭐할라꼬" 라며 되묻자 "아니, 그냥" 이라며 말끝을 흐리더니 "점심이나 사 주소". 웬일로 강제징수를 안 하고 밥을 사달라고 할까? 의문을 가지면서 서둘러 집을 나섰다.
큰아이와 셋이서 차를 타고 가면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 메뉴를 정하는데 집사람 왈 "오늘 오랜만에 삼계탕 어때"라며 딸아이에게 은근히 동의를 구했다. 그러고는 내 의견은 묻지도 않고 메뉴를 결정해 버렸다.
주말 삼계탕 집, 점심시간이라 손님들로 시끌벅적한 가운데 주문하고 이내 돌아서니 펄펄 끓는 삼계탕이 뚝배기에 담겨져 맛깔스런 깍두기와 함께 상에 놓여진다.
땀을 뻘뻘 흘리며 맛있게 먹고 카운터에 계산서를 건네주니 한 그릇 당 9천원씩 2만7천원, 호기 있게 1만원짜리 신권으로 3만원을 건네고 거스름돈 3천원을 받아 식당을 나서는데 딸아이가 "아빠 나 있다 학원갈 때 커피 마시게 3천 원 그거 저 주면 안돼요". 큰 인심 쓰듯 딸아이 손에 3천원을 쥐어줬다.
집에 오는 길 차안에서 집사람은"막내 삼계탕 한 그릇 먹여야 하는데, 우리끼리만 먹으니 마음이 좀 그렇네. 그렇지요?"하며 내 눈치를 보며 아쉬워하기에"그럼 오늘 삼계탕 사준 셈치고 나중에 집에 오면 1만원 줘라"하며 마지막 남은 1만원을 건넸다.
이렇게 하여 주말 4시간, 앉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며 꼼짝없이 온몸을 투자하여 번 거금 4만원이 내주머니에서 빠져 나가는 데는 불과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결국 돈 벌기는 어려워도 쓰기는 쉽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그런 시간이 되었다.
민병제(대구 달서구 월성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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