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와 동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입장은 정반대입니다. 동해는 일본으로부터 뺏어야 하고, 독도는 지켜야 하는 것이죠."
최근 한일 간 외교 갈등의 파고가 높아지면서 외교통상부 장동희(55) 국제표기명칭 대사는 날마다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해도(海圖) 등에서 '동해'일본해' 공동 표기를 확산시키고 일본명 '다케시마'는 독도로 바로잡는 중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일제의 조선 침탈이 1905년 독도 침탈로 시작됐던 걸로 비춰보면 일본의 지속적인 독도 영유권 주장은 일제 잔재에 계속 집착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물론 일본의 이 같은 태도는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지요. 그러나 우리가 독도에 대한 영토 주권을 확실히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도발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되,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고 여유를 갖고 임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난 3월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동북아역사재단에 파견된 장 대사는 부임 이후 글로벌사회에서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바쁜 날들을 보냈다고 했다. 지난 4월에는 세계 각국의 지도 제작사 관계자들을 초청, 세미나를 열었고 5월에는 미국 지리학 교수'교사 초청 세미나를 개최한 데 이어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26차 UN 지명(地名) 표준화 전문가회의에 한국 측 수석대표로 참가했다. 이달 중순에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세계 10여 개국 전문가들이 모이는 '동해 지명과 바다 이름에 관한 국제 세미나'에 참석한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하면서 동해를 일본해와 병기하는 지도의 비율이 2000년 2.8%에서 2009년에는 28%로 크게 높아졌습니다. 지난달에는 세미나에 왔던 폴란드 업체가 동해 병기로 방침을 바꿨다고 연락해와 무척 기뻤습니다. 전 세계 바다 이름을 정하는 국제수로기구(IHO)의 수정판에서도 동해 병기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가 국제표기명칭 대사에 임명된 것은 손꼽히는 국제법 전문가인데다 오랫동안 다자외교 분야에서 활약해온 점이 높게 평가됐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1977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재학 중 외무고시 11회에 합격한 그는 외교부에서 조약국 국제협약과장'심의관, 주벨기에 유럽연합대표부 공사, 주제네바 국제기구대표부 차석대사 등을 거쳤다. 또 프랑스 국제행정대학원과 미국 휴스턴대 로스쿨에서 국제법을 전공했고, 고려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내년이면 외교관 생활 35년을 맞는 그에게 '위기'도 있었다. 지난해 국가정보원 직원이 리비아에서 첩보 활동을 하다가 발각돼 강제 추방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돼 2008년 부임했던 주리비아대사에서 물러났던 일이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께서 두 차례나 특사 자격으로 오셔서 애써주신 덕분에 우호관계는 정상화됐습니다. 다만 외교부에서도 저의 교체가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환이 아니라 한'리비아 관계 격상을 위한 것임을 밝혔는데도 일부 언론에서 문책으로 표현한 점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론으로만 접했던 외교관의 특권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칠곡 왜관 출신인 그는 얼마 전 고향에 갔다가 장마로 붕괴된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를 보며 마음 한구석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왜관초교를 나온 뒤 대구 대륜중, 대구고, 경북대를 졸업할 때까지 10년을 기차로 통학했습니다. 고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철교인 셈이지요. 끊어진 다리를 하루빨리 잇고 고향이 새 출발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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