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현 정부의 광역경제권 개발이 아니라 미국 서부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러 온 학생 5명과 교직원 2명이다. 이들이 한국 땅을 밟게 된 것은 한국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거창군과의 인연 때문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학생들이 거창군이 마련한 '여름방학 영어교실'에 오게 된 것은 한 공무원 부부의 역할이 컸다.
공무원 신분으로 2년 전부터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유학 중이던 이 부부(중앙공무원 4급) 중 아내의 첫 근무지가 거창군이었다. 이후 국무총리실로 자리를 옮기고 난 뒤, 남편과 함께 미국에서 유학하던 중 영어교실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다. 그리고 거창군에 이 아이디어를 제안해 한 번 해보자고 했고, 이홍기 거창 군수가 적극 응했다. 이에 남편과 함께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거쳐 의미 있는 첫 출발을 하게 됐다.
첫해인데 성과가 컸다. 미국 스탠퍼드대에도 이미 한류 열풍이 불고 있었던 것이다. 5명을 모집하는데 20여 명이 지원을 했다. 4대1 넘는 경쟁률이었다. 그리고 이력서 및 지원서에 한국에 대한 관심과 강의에 대한 열의도 보여줬다. 그렇게 선발된 5명이 이번에 거창군을 찾은 것이다. 1명을 제외하곤 한국 방문이 처음이다. 이들에겐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하고, 즐거웠다. 오전에 영어교실 커리큘럼대로 가르치고, 오후엔 한국 탐방 및 한국 문화 체험시간이다. 1주일이 지난 시점인 지난달 30일 이들을 만나러 거창군으로 달려갔다.
◆5인 5색의 강의실, '영어가 쏙~쏙~'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거창군 혜성여중 교실에서 강의가 진행됐다. 중학교 2'3학년 학생들이 대상인데 제법 능수능란하게 영어를 구사했다. 영어로 수업이 가능할까 걱정도 됐지만 참여한 학생들의 영어구사능력은 일정 수준 이상이었다. 중간에 한국어가 튀어나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첫 번째로 만난 채리티 앰버 자미어 에펠로(Charity Amber Jamir Apelo'22'여'생물학 전공) 씨. 학생들과 '우주에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라는 주제로 유투브(Youtube)에 있는 동영상 강의자료도 보고, 스티븐 호킹 박사가 쓴 글도 함께 보고 있었다. 누구를 가르친 경험은 없었지만 채리티 씨는 아주 편안하게 수업을 진행했다.
교실을 옮기자 벤자민 루이스 록신(Benjamin Louis Lokshin'20'자유전공) 씨가 학생들과 함께 '우주는 얼마나 클까'라는 주제로 지구부터 시작해 화성'목성'토성'태양 그리고 우주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별에 대한 영상물을 보여주며, 토론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벤자민 씨가 찾아 들어가는 미국 초'중 교육청 공식 인증 웹사이트에서 정확한 자료들을 보며, 미국식 수업법을 접할 수 있었다.
마리 캔디스 코마다(Marie Candice Komada'24'여'교육학 석사과정) 씨가 진행하는 교실에서는 상황극이 펼쳐지고 있었다. 큰 그림 속에 나타난 여러 형태의 사람들을 보고, 각자 상상을 통해 상황극을 만드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각자 역할을 분담해 짧은 영어 콩트를 보여줬고, 마리 씨는 이에 대해 짧게 논평했다. 가끔 터지는 '콩글리시'는 학생들이 배꼽을 잡기에 충분했다.
사브리나 폴(Sabrina Pol'22'여'심리학 전공) 씨는 아주 수줍은 듯 강의를 진행했다. 학생들이 태양계 행성들 중 하나를 골라, 각자 작성해 온 보드를 보며 발표하고 있었다. 사브리나는 학생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줬고, 처음 만난 언니나 친구처럼 수줍게 그러나 친절하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마이클 아라네타 바리엔토스(Michael Araneta Barrientos'30'컴퓨터공학 석사과정) 씨는 사회 경험이 있는 만큼, 강의하는 데도 여유가 있었다. 역시나 태양계 행성들에 대해 얘기하는데,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충분한 답을 해 주면서도 웃음을 주는 포인트도 잊지 않았다.
◆한국에 대한 애정, '10점 만점에 10점'
이들 5명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놀라울 정도였다. 각자 이력도 이채로웠다. 스탠퍼드대에서도 모범생(우수한 학점)들이지만, 전공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적 능력은 이들의 아이큐(IQ)가 도대체 얼마일까 궁금하게 만들었다. 미국 동부 명문인 하버드대에서 학사(교육 및 역사)를 마치고, 서부 명문인 스탠퍼드대에서 석사 과정을 하고 있는 마리 씨는 한국의 시인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고은, 김춘수, 이상화 등. 귀가 의심스러웠다. 이 시인들의 시도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 의미도 꿰뚫고 있었다. 한국 시조에도 관심이 많다고 하니 할 말을 잃었다.
채리티와 사브리나는 한국 대중문화와 여행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다. "걸그룹 '2NE1'의 콘서트를 예약했습니다. 너무 기대 되요. 음악도 신나고, 한국만의 신나는 음악에 푹 빠져들 수 있어 좋아요. 여행도 신나요. 주중에는 거창군 인근에 유명한 곳을 다니고, 주말에는 대구'안동'부산'경주 등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갑니다."
특히 사브리나는 한국 의료시스템과 한국 전통예식, 음식 등에 관심을 보이며, 이곳에 있는 한 달여 기간동안 많이 경험해보기를 원했다.
마이클 씨는 스탠퍼드대 석사과정에 입학하기 전, 미국 굴지의 회사인 구글(Google)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양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이론을 접목하려 했다. 그는 또 한국어 공부를 1년 동안 했으며, 스탠퍼드대에서 한국인 친구들을 여러 명 사귀게 된 것이 이번 영어교실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됐다. 소감을 한마디로 "Good opportunity!"(좋은 기회)라고 했다.
러시아계 미국인인 벤자민 씨는 유일하게 한국을 두 번째로 방문한 사람이다. 연세대 어학원에서 한 달 간 한국어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그는 다른 이들과 달리 한국의 정치와 경제, 통일 등 가벼운 주제가 아닌 다소 무거운 분야에 식견을 갖고 있어, 또 한 번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들과 함께 든든한 서포터스(supporters) 2명이 함께 왔다. 바로 고인 듀크(Gywn Dukes'여'스탠퍼드대 교직원 정년퇴직 후 교육 컨설턴트로 활동) 씨와 한나 조(Hannah Cho'35'여'스탠퍼드대 국제센터 교직원) 씨다. 이들은 이번 영어교실 사업의 기획단계부터 참여했다. 학생들을 선발하고, 이들을 인솔하고, 원활하게 영어교실 및 한국탐방이 이뤄지도록 돕는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특히 듀크 씨는 정년 퇴직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교육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으며, 젊은 학생들보다 더 빨리 한국 문화에 푹 빠져들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거창'김도형기자 kdh02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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