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술은 단순한 물건장사가 아니라 거기 담긴 이야기와 지식을 함께 팔죠."
아끼는 찻사발을 들고 설명하는 이승백(55) 대표의 모습에 고미술 사랑이 묻어났다. 찻사발은 안쪽에 하얗게 흠집이 나있었다. 사발의 입술도 둥근 모양이 아니라 찌그러져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마치 복숭아 모양 같아 보여 원래부터 고안된 것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고미술은 이런 게 좋아요. 작은 찻사발 하나에도 이야깃거리가 담겨 있죠. 이 사발은 가마 속에서 다른 도자기들에 눌렸지만 살아남았기 때문에 더 특별합니다."
이 대표는 20년째 고미술과 함께하고 있지만 그전까진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에서 전자재료과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가 대기업과 외국계 반도체 회사에서 10년간 근무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접한 고미술에 매력을 느끼고 고향인 대구로 돌아와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이것저것 정리한 돈 1억원을 가지고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아파트 한 채 값이 4천만원 정도였으니 상당히 큰돈이었죠."
사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가게를 연 지 2년도 채 안 돼 자본금이 바닥나자 전통찻집이나 갤러리 등 여러 사업을 전전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다시 고미술로 돌아왔다. 이 대표는 "고미술은 중독에 가깝다. 집에다 생활비조차 제대로 갖다 주지 못하면서도 결국 고미술로 돌아왔다"며 웃었다.
이 대표가 고미술에서 다시 희망을 본 것은 그가 또다시 고미술을 포기하려 했을 때였다. 정리하려고 고미술품 경매 사이트에 올린 물건들이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이 대표가 물건을 소개할 때 딱딱하지 않게 이야기 식으로 설명하고 자신의 사연도 재미있게 적었던 일종의 '스토리텔링'이 인기비결이었다. 구매자들은 '이야기 값'이라며 물건을 사가기도 했고, 이 대표의 게시물에는 수많은 반응이 쏟아졌다. "어떤 날엔 '오늘은 막걸리 한잔하고 시작합니다'라고 쓰기도 합니다. 100여 명이 넘게 조회할 정도로 인기도 좋습니다."
이 대표는 아침 8시면 가게 문을 열고 별다른 일이 없으면 밤 10시까지 가게를 지킨다. 게다가 설과 추석 명절 이틀을 빼면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고미술품은 규격화되지 않아서 물건 하나하나마다 이야기가 있어 가게에 있으면 즐겁다"며 "많은 분들이 이런 즐거움을 알고 고미술에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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