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유령/ 강희진 지음/ 은행나무 펴냄

'유령'은 올해 제7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장편소설이다. 현실에서는 백수 폐인이지만 온라인에서는 리니지 최고 영웅으로 살아가는 탈북자 청년 '나'(하림)를 중심으로 배타적 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탈북자들의 소외된 삶과 죽음을 다룬 작품이다.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연쇄살인을 둘러싼 미스터리적 구성과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서 실제로 일어나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츠 해방전쟁' 등을 소설과 절묘하게 접목시켰다. 숨 막힐 듯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 스토리와 함께 한반도 현실을 매우 리얼하면서도 몽환적으로, 그리고 기발하면서도 중후하게 그려냈다.

김화영, 김미현, 은희경, 이창동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에 대해 "젊은 탈북자 세대의 고민과 실상을 실감나게 그린 '진화'된 분단 문학이다. 유령처럼 떠돌며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삶의 잔혹함과 아이러니를 당대와 연결시키는 동시대적 실존소설로서의 묘미가 강점이다"라고 평했다.

탈북자들이 주로 모이는 백석공원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 그 살인범을 쫓는 미스터리 소설적 구성을 취하고 있는 '유령'은 용의자로 지목된 탈북자인 '나'가, 주변 탈북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살인 용의자를 추측하는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나'는 탈북 과정에서 겪은 극심한 트라우마로 기억과 정체성을 잃어 가는 인물로 그려진다. '내' 이름이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조차 애매하다. 대다수의 탈북자들이 그렇듯이 '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리니지 게임 세계에 빠져 산다. 비록 현실 속에서는 폭력조직배에 쫓기고 삐끼질이나 하면서 겨우 연명하는 처지지만 리니지 속의 '나'는 독재자 시저에 저항해 바츠 해방혁명을 일으켰던 영웅 '쿠사나기'인 것이다. 335쪽, 1만2천원.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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