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릴 때부터 용감한 행동, 영웅, 모험에 대한 도전을 미덕으로 배우며 자랐다. 무리 중의 겁쟁이는 언제나 놀림 받고 소외되기 십상이었으며, 반대로 용기있는 행동은 늘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았다. 세계 영웅 위인전은 필독 도서로 꼽히지만, 겁쟁이를 위한 기념관이나 비겁한 자를 위한 송가는 없다.
그러나 진화'인지과학연구자 프란츠 M. 부케티츠는 이 책에서 비겁함과 겁쟁이를 예찬한다. 저자에 의하면 겁쟁이야말로 생물의 기본적 활력소라는 것이다.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인간의 역사를 생각할 때, 다윈의 자연선택에 따른 적자생존의 개념에서 말하는 '적자'(適者)란 가장 용감하거나 겁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삶과 생존을 위한 전략을 갖추고 있는 개인이다. 즉 자연에서 가장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동물은 어떤 의미에서 생존에 유리한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자생존의 법칙은 겁쟁이의 생존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물론 이 등식은 인간 사회에 그대로 적용된다. 최전방에서 용감하게 싸우다 죽은 젊은 병사는 다윈의 관점으로 보면 적자가 아니다. 사람을 감동시키기 위해 높은 절벽 위에서, 달리는 기차의 지붕 위에서 뛰어 내리거나 동물원의 곰 우리로 뛰어드는 젊은이도 적자가 아니기는 마찬가지다. 적자란 무엇보다 태도의 문제이다. 자신이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강제로 설정한 수많은 종류의 미심쩍은 이념에 희생되어 목숨을 잃은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면 지금이야말로 비겁함과 겁쟁이의 미덕을 제자리에 돌려놓을 때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싸워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라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267쪽, 1민3천500원.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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