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지하 곳곳에 각종 관로가 묻혀 있지만 엉터리 설계 도면이 많아 관로 파손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 최근 경북 칠곡에서 상수도관 파손사고가 터지자 공사 업체들은 예전에 매설된 관로 중 설계 도면과 실제 매설 지점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 사고 위험이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엉터리 설계 도면 많다
중소 건설업체 A사는 대구지역 낙동강 살리기 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중 깜짝 놀랐다. 공사 현장 인근에 각종 관로가 많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대구시 건설관리본부에서 지하 매설물 현황이 표시된 설계 도면을 구했지만 도면과 실제 매설 지점이 맞지 않았기 때문. 송유관은 도면과 매설 지점이 거의 일치했지만 상하수도관 도면은 실제로 땅을 파보면 도면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A사 관계자는 "국책 사업은 준공일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설계 도면에 의지해 굴삭기로 땅을 파다가 관로를 파손하면 책임이 현장 공사업체에 돌아오기 때문에 아찔한 순간이 많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설계 도면만 믿고 공사를 하다가 지하 매설물을 파손해 변상한 업체도 있다. 건설업체 B사는 대구에서 도로 보수 공사를 하다가 광케이블을 굴삭기로 건드려 통신사에 500여만원을 물어줘야 했다. B사 대표 J(51) 씨는 "설계 도면상에는 표시가 돼 있지 않았는데 공사 지점에 광케이블이 묻혀 굴삭기 기사가 이를 알지 못하고 사고를 냈다"며 "당시 우리가 변상을 하고 공사 설계를 변경해 다시 작업을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땅속 지도 확인할 길 없다
101명이 숨지고 202명이 다친 1995년 대구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고를 계기로 전국의 주요 지하 매설물은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관리되고 있다. 1996년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가 지하 매설물 정보를 종합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하 매설물 정보를 보관하고 있다. GIS로 관리되는 지하 매설물은 상수도와 하수도, 도시가스, 전기시설, 통신, 전기, 지역난방, 송유관 등 7개 시설물이다.
하지만 지하 매설물이 입체 지도로 관리되고 있다고 해도 정확도는 장담할 수 없다. 오래전에 매설된 관로의 경우 기존의 부정확한 설계 도면을 GIS에 올린 것에 불과하기 때문.
지하 지도가 GIS로 관리되고 있다지만 최근에도 크고 작은 관로 파손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13일 오전 경북 칠곡군 왜관읍 구 왜관교 둔치에서 낙동강 살리기 24공구 시공을 맡은 대우건설이 굴삭기로 옛 왜관교 철거 작업을 하다가 지하 2m 아래에 매설된 광역상수도관을 잘못 건드린 것.
대구경북녹색연합 이재혁 운영위원장은 "지하 매설물 파손사고는 환경 파괴는 물론 시민들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며 "행정 기관도 시공업체의 잘못으로 떠넘기기보다 현장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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