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깊은 생각 열린 교육] 보랏빛 소가 몰려온다

"대구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이렇게 다양하게 독서, 글쓰기, 책쓰기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은 일종의 혁명이다."

위의 내용은 숙명여대 국문과 최시한 교수가 지난 3월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학교장, 학부모, 담당 부장 등 1천300명이 모인 '학생저자 10만 양성을 위한 책쓰기 교육' 정책 설명회에서 말한 내용의 일부분이다.

왜 최시한 교수는 대구의 독서 운동을 혁명이라고 했을까? 도대체 대구 독서교육에 어떤 일이 있을까? 어떤 스토리가 있었기에 혁명이라고 말했을까?

아마, 최 교수는 경영학계의 구루인 세스 고딘이 말한 '보라빛 소'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스펙으로 무장한 평범한 인재인 '누런 소'가 아닌, 책쓰기라는 인문학적 핵심 역량을 지닌 인재인 '보랏빛 소'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학생 저자들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2009년부터 시작한 학생 저자 10만 양성을 위한 책쓰기 프로젝트로 1만9천여 명의 학생 저자가 탄생했다. 올해 500개 넘는 책쓰기 동아리에서 1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학생까지 포함하면 연말에는 거의 3만 명에 육박하는 학생들이 '나만의 책쓰기' 저자로 탄생할 예정이다. 정말 학생 저자들이 대구에서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이뿐만 아니라 초'중'고등학생 저자 책 29권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교육청의 출판 지원과 관계없이 나온 '13+1'까지 포함하면 30권이 시판되고 있다. 그야말로 학생 저자 출판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성인들이 학생들의 입장에서 만들어 낸 청소년 책이 아닌,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책들이 출판되기 시작했다.

시판되는 30권의 책 속에는 월서중학교 책쓰기 동아리 학생들이 만들어 낸 '중딩에 의한 중딩을 위한 국어교과서'가 있다. 기존의 국어 교과서가 어른의 입장에서 가르치고 싶은 내용으로 구성되었다면, 이 책은 학생들 스스로 배우고 싶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문가들이 쓴 교과서에 비해 내용은 좀 못할는지 모르지만 그 속에는 학생들의 삶이 있고, 그들의 정서가 녹아 있다. 올해는 수학 교과서를 쓰고 있다고 하니 그 내용 역시 기대된다. 앞으로 학생 저자 책에 대해서는 지역 서점의 도움을 받아 판매 전용코너도 만들 예정이다.

책쓰기 운동은 지난해 말 교육과학기술부의 신년도 업무보고 시, 우수 사례로 청와대에 소개되었다. 지난 6월에 발표된 교육과학기술부의 2011 전국 시도 교육청 평가에서도 책쓰기 운동이 최우수 정책으로 선정되어 전국 확산의 계기를 마련했다.

대구의 독서 스토리는 갈등과 반전도 있었지만 7년째 진화와 발전을 거듭하면서 독서에서 글쓰기, 책쓰기로, 스토리 교육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7월 말 대구의 독서 스토리는 퍼뜨릴 만한 가치와 지식으로 인정돼 테드엑스 팔공에서 발표했다. 곧 발표 동영상이 미국의 테드 본부에 보고되고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퍼뜨려질 것이다. 그래서 세계인이 보랏빛 소를 만들어 낸 대구 독서 스토리를 함께 볼 것이다.

한원경 (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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