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갤러리에서] 어수선한 의자 통해 인간 실존의 불편한 진실 접근

양순열 작 '불편한 자리'(Uncomfortable Chair)

갤러리에 날아든 한 무더기의 의자들, 더러는 원색으로 채색되어 일견 화려해 보이기도 하지만 의자마다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 네 개의 다리 중 한두 개의 길이가 짧아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가 하면, 쿠션 받침이 날아가 버리고 그 자리에 철사를 둘러놓은 의자도 있다. 온전한 모양의 의자 하나가 있지만 그 의자의 쿠션 주위에는 침 핀이 솟아 있어서 작품의 명제처럼 모두가 '불편한 자리'들이다.

작가 양순열은 전시장으로 끌어들인 이 의자들을 다양한 형태로 배열한다. 구석에 짝을 지어 놓는가 하면 테이블의 중앙에 올려 설치하기도 한다. 작품 '불편한 자리'는 전시장의 중앙에 원형으로 배치되어 소통과 화합을 도모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편안한가? 아니다. 의자들의 조합에서 불편함은 더욱 배가 되고 증폭된다. 불편한 개인들이 모여서 더욱 불편한 집단을 만들어가고 있듯이 말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의자, 의자는 무생물이면서 예술가의 섬'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작가가 끌어들인 오브제, 곧 사물들의 이야기는 곧 그 사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양순열은 일상의 사물들을 선택하고 변용하여 설치함으로써 작가 자신과 가족과 이웃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아버지의 의자, 아들의 군화, 자신의 거울 등이 좋은 예이다. 사물을 통해서 각자가 처한 삶의 현실을 환기시키며 그들을 둘러싼 환경과 사회에 대한 표명을 담아낸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을 통해서 결국 작가는 인간 실존의 불편한 진실에 접근해 간다.

실락원 이후 인간의 자리는 결코 편안한 것이 아니었다. 그 불편한 자리들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힘써온 것이 인간의 삶이고 역사였다. 그리고 오늘, 그 누구의 자리도 불편하지 않은 자리는 없다. 그 자리마저도 누군가에게 물려주어야 하기에 잠시 후엔 일어서야만 한다. 양순열의 설치작품 '불편한 자리'는 이 불편한 진실 앞에 우리를 마주 서게 한다.

오의석 대구가톨릭대 조형예술학부 교수

▶13일까지 인터불고 갤러리 053)602-7311.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